사회복지법인 사랑의힘은 청소년을 아끼고 진심으로 존중하는 멋진 종사자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달마다 한 명씩, 산하기관 종사자를 만나 그 이야기를 전하려 합니다. |
이번 인터뷰는 희망학교 금천의 신서정 생활복지사님(이하 서정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서정 선생님은 희망학교 금천에서 장장 11년의 시간을 일하며 역사를 만들어가는 분인데요. 이런 호들갑을 떨면 “어이구 어이구, 아닙니다”라며 쑥스러워하시는 담백한 분이시죠.
희망학교 금천에 전화를 걸면 가장 자주 반갑게 맞아주시는 서정 선생님을 직접 뵙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서정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희망학교 금천(사진: 사랑의힘)
혜복: 안녕하세요, 늘 전화로만 만나다가 처음 뵈어요. 저처럼 인터뷰로 처음 만날 독자들과 후원회원님을 위해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정: 안녕하세요, 저는 희망학교 금천에서 근무하고 있는 신서정이라고 합니다. 2014년 2월부터 희망학교에서 일했고 11년이 조금 넘었네요. (우와, 엄청나네요!) 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하하. 희망학교 금천의 문화 프로그램, 학생회, 담임으로는 고등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을 맡고 있어요. 추가로 급식 업무 회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이쿠, 저절로 공손해지네요.) 어이구 어이구, 아닙니다. (첫 직장이 희망학교 금천인가요?) 직장으로는 두 번째 직장이에요.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한 건 희망학교 금천이 처음이에요.
제 첫 직장은 청소년센터로, 청소년에 관련된 사업을 하는 사단법인이었어요. 한편으로는 청소년 인성교육을, 한편으로는 청소년 문화 사업을 주로 진행하는 곳이었죠. (와, 저도 사회복지영역은 처음이라 이번에 서정 선생님 이야기 들으면서 많이 배워야겠어요.) 하하, 저도 아직도 익숙해지는 과정이에요.
혜복: 먼젓번 직장은 청소년 문화사업을 하던 사단법인이라셨는데, 그럼 청소년에게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는 일을 계속 해오신 셈이에요. 일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서정: 저도 ‘왜 시작했을까’ 생각해봤는데, 두 가지가 떠올랐어요. 제가 대학생 때 공연 보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공연장에서 아르바이트도 했고 번 돈을 공연 보는데 족족 썼어요. 앞으로 공연기획 관련한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문화 계열 직장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한편으론 초등학교 때까지 외조부모님이 길러주셔서 함께 보낸 시간이 길었는데, 두 분 다 교사 출신이셨고 저희 어머니도 교사 출신이셔서 어쩐지 집에서도 선생님들을 만나는 것 같았어요. 엄마가 가르쳤던 학생들 이야기, 교사 경험을 가진 분들과 함께 지낸 성장환경이 알게 모르게 제게 끼친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자연스럽게 누가 제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선생님이라고 대답하곤 했죠. (저도 외할아버지와 어머니가 교사셨고, 대학생 때 공연 좋아해서 많이 보고 기획도 했답니다. 공통점이 많네요, 우리.) 아하하, 희망학교로 오시죠? 아무튼 첫 직장인 청소년센터에선 당시 함께 일하던 분들과 합이 좋아 재미있게 일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짧지만 청소년과 만나는 시간이 재미있어서, 다음엔 ‘청소년과 직접 만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죠.
혜복: 그럼 청소년의 문화활동 사업으로 시작했다가, 그만두고 희망학교로 ‘뿅’ 오신 걸까요?
서정: 네, 말씀드렸듯 전 직장에선 청소년을 만나는 기회가 많지 않았거든요. 근데 1년에 한 번씩 청소년을 직접 만나 하는 사업이 있었는데 그게 무척 재미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직접 만나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다음 일자리를 찾아봤죠. 여러 군데 면접을 보다가 희망학교가 ‘뿅’ 하고 나타났죠.
저는 사회복지를 전공하진 않았거든요. 아마 사회복지시설, 기관이라고 채용공고 전면에 드러나 있었다면 이건 사회복지사만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쉽사리 지원할 맘을 먹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근데 그렇지 않아서, ‘희망학교? 대안학교 같은 곳인가?’ 생각하며 지원했죠. 아직도 그때 면접이 기억나는데, 아마 최혜란 이사장님과 신광식(청년공간 모락모락) 공간지기 님이 저와 만나셨어요. 약 1시간여 되는 긴 시간 동안 면접이란 긴장감 없이 그냥 정말, 대화 나누듯, 지금 인터뷰처럼 이야기했어요. 저한테 뭐 궁금한 거 없냐고 물어보시고, 저도 CLC가 무엇이냐고 질문하고.
아직도 그때가 기억나네요. 물흐르듯 이야기하다가 희망학교에 오게 된 느낌이에요. (오, ‘뿅’ 따라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나저나 정말 모두와 결이 잘 맞았나봐요.) 아하하하, 네. 지금 희망학교 금천 센터장이신 신남호 선생님을 만났고, 당시 센터장이시던 조진희 이사님, 생활복지사로 제 옆에서 함께 일하신 김경훈 이사님도 만났죠. (말씀을 듣고 있으니 서정 선생님이 마치 법인의 조상님 같네요.) 그러니까요, 많은 경력을 가진 분들과 함께 일했죠. 그래도 저는 아직 ‘쭈구리’입니다… 학생들에게도 ‘날 가만히 둬, 나 떨고 있니’ 등 농담하곤 해요.
혜복: 그렇게 가만히 두지 않는 학생들 나이일 때, 서정 선생님은 어떤 청소년이었나요?
서정: 제가 생각하기엔 평범해요. 학교에선 얌전한 모범생, 집에서는 독불장군. 제 사춘기는 오직 부모님만 알고 계십니다, 하하. 부모님은 시간이 없어 자주 학교에 오진 못하셨는데, 아주 가끔 부모님이 학교에서 면담을 할 때 선생님으로부터 ‘아니, 서정이는 어쩜 이렇게 착하고 얌전해요’라는 말을 듣고 오시면 얘, 넌 집에선 왜 다르게 하느냐고 제게 말씀하셨죠. 학교나 친구들에게 사춘기 티가 나진 않았고, 밖에선 잘 놀았어요. (밖에서 혼자 공연보고 문화를 즐기는 스타일이었나요? 저도 그랬거든요.) 맞아요. 사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싫어하진 않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요. 그래서 좋은 공연을 친구와 같이 본 적도 있지만 대체로 혼자 잘 보러다닌 것 같아요.
자유를 더 누려보려 생각한 건 대학교에 가서, 휴학을 하고 1년간 굉장히 잘 놀고 제게 필요한 시간을 선사했지요. (어떤 이유로 자아찾기 시간을 마련했을까요?) 대학교에서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철학을 공부했거든요. 근데 처음으로 공부가 재미있다고 느꼈어요. 그 배움도 영향을 미쳤고, 마침 제가 대학 다닐 즈음 1년 정도 휴학은 괜찮지 않냐는 분위기가 생겨나던 시점이라 시간을 갖게 되었죠. 마침 어머니 덕에 당시엔 교사 대상 공연 티켓 이벤트도 있었던 만큼 저도 그 혜택을 보았죠. 공연을 보고, 재미있으니 돈을 모아서 공연을 보러 다니고, 그러면서 공연 분야에 빠져들고. 그래서 휴학하면 아르바이트로 무엇무엇을 하겠다고 계획도 세웠죠. (그렇군요, 공연에 대한 애정이 참 크시군요.) 희망학교에 오면서부터는 많은 것을 끊어냈죠. 하하하. 일단 공연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주말뿐이고, 근데 주말에는 또 쉬어야 하니까 보러갈 기회도 적고요. 많이 못하죠. 물론 가끔가서 한 번씩은 보거든요, 1년에 한두 번. 그럼 또 좋더라구요.
혜복: 앞서 희망학교에서 고등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셨죠. 성년을 앞둔 수험생을 집중으로 맡으신 걸까요?
서정: 원래 희망학교 금천은 중등부 이후 고등부 담임이 맡게 되는 방식이었어요. 고1반은 그렇게 제가 새 담임으로 함께 하는데 고3반은 독특해요. 이번엔 처음으로 제가 중학교 1학년부터 맡아 고등학교 3학년까지 쭉 이어서 담임으로 같은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학년별로 담임이 바뀌는 게 아니라 시작부터 함께했다면 졸업까지 앞둔 지금은 크루(팀)처럼 굉장히 끈끈하겠네요.) 하하, 그 정도로 끈끈하진 않지만요. 그래도 담임 선생님이 계속 바뀌어 온 고1반과 다르긴 해요. 고3반은 이 친구가 어떤 부분을 건드리면 싫어하는지, 그리고 선생님이 제시하는 어떤 선은 꼭 지켜야 우리에게 뭐라 하지 않는지 등 민감한 부분을 서로 잘 알더라고요. 그래서 편한 것은 있죠. 알고 있다 하여 다 지키는 건 아니지만 조심하려 노력하죠.
혜복: 담임제가 궁금해요. 학년이나, 그 학년별로 모인 학생들 특성에 따라 담임도 맞춰 배정되나요?
서정: 아, 그렇진 않아요. 저 같은 경우를 보면 제가 맡은 고3들이 대거 졸업할 예정이잖아요. 지금 희망학교 금천에 고1이 3명밖에 없고 고3이 5명이에요. 성장과 졸업은 어쩔 수 없으니, 이후엔 아마 제가 새로 들어오는 1학년을 담당할 수도 있죠. 이렇게 흐름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게 맡아요. 신남호 센터장님도 앞으로 어떤 방식이 좋을지 늘 생각 중이신 것 같아요. 제 사례처럼 계속 희망학교 6년 과정을 한 사람이 맡는 게 나은가, 아닌가. (그렇네요, 담임제를 다양하게 시도하는 실험 단계도 필요하겠고요.) 늘 3년씩 하다가 6년을 연이어 하는 케이스가 처음인데 장단점이 있으니 관련해 생각이 많으시겠죠.
사실 학년별 학생수 균형이 중요하죠. 지금 중3 학생이 제일 많은데, 그럼 학년 단위로 담임을 맡으면 혼자 10명 이상을 맡게 될 수도 있고요. 새로 중2를 맡게 되었는데 신입생이 2명 뿐이면 그럼 학년별로 맡아야 할 학생수가 확연히 다르니까요. 이런 것도 고민이 되지요. (아하, 학년 단위로 나눠 맡을 경우 담임별 인원도 어려움이 되겠네요.) 네, 운영 측면의 어려움이 사실 커요. (학생이 많아서 버겁다는 말씀은 아니고, 할 수 있는 만큼 최소한의 선을 찾아가는 과정이네요.) 맞아요, 그 얘기입니다.
혜복: 희망학교에서 담임 선생님은 어떤 일을 하나요?
서정: 일단 제가 맡은 학생들은 고등학생이라 수업시간에 제가 직접 가르치는 시간은 거의 없어요. 다만 희망학교 담임의 가장 큰 역할은 학생의 일상생활에 동반하고 관리하는 역할이죠. 학생들이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고, 각자의 생활과 어려움에 맞춰 오늘 수업 중 어떤 내용을 덜어내고 더할지 조정하는 역할을 주로 해요. 수업은 주로 과목과 과정마다 담당하는 강사님이 있으시니 그분들이 주로 맡으시죠. (희망학교 담임은 페이스메이커 겸 코치인 셈이로군요. 수업에도 서정 선생님의 문화사업 경험을 녹여넣으셨나요?) 으음, 중학생은 담임별 재량시간을 좀더 확보해서, 선생님이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도 있고 수업이 필요하면 수업 형식으로 하죠. 하지만 아무래도 고등학생은 학습에 더욱 집중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요. 그래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반영하는 데에 한계가 있지만 최근엔 ‘거꾸로 수업’을 하며 중학생과 수업 내에서 재량을 발휘하고 있어요.
혜복: 거꾸로 수업은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서정: 설명하자면,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어떤 과제를 주고 그 답을 학생들이 직접 찾아내는 수업이에요. 선생님이 공부를 알려주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개념을 스스로 익히는 시간을 갖고, 각자 찾은 답을 학생끼리 의논하면서 자기 것으로 더욱 깊이 이해하고 간직하는 프로그램이죠.
헌데 아직 많은 고통을 겪고 있어요. 학생들도 선생님도, 이 인터뷰가 나올 즈음엔 익숙해져서 프로그램이 정착되어 있다면 좋겠네요. 아직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 걸까요. 저학년일수록 자율학습 프로그램에 빨리 적응한다던데, 중학교 1-3학년도 어린 편이라 생각했지만 이미 굳어진 공부 습관이 있어서 서로 씨름하고 있어요. (‘거꾸로 수업’은 오래된 프로그램인가요?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여러 가지 이유로 올해부터 새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갈수록 학생들이 학습과 수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의욕도 떨어지는 현상 때문이에요. 이러한 현상이 점점 심해져 저희 희망학교 금천에서 가장 비중이 큰 학습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들의 어려움도 커졌어요.

"현재 하고 있는 거꾸로수업 사진입니다. 우여곡절이 많지만, 서로 많이 애써가고 있습니다." (설명: 신서정, 사진: 희망학교 금천)
방법을 찾던 중 법인(사랑의힘)의 김경훈 이사님이 ‘미래교실네트워크’를 추천해주셔서 거기 연락드렸지요. 당시(2023년) 희망학교 금천의 예산도 부족하고 수업일정도 많이 비어 있는 상태라, 프로그램을 1월부터 해보겠다고 말씀드렸죠. 미래교실네트워크에서 많은 콘텐츠를 제공해주시고, 선생님들 수업 모니터링도 하시고, 온라인으로 가끔 회의도 하는데 그 도움을 받아서 중학생 대상으로 계속 ‘거꾸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일단 중학교 1-3학년 대상이지요.
아무튼 작년 말 처음 접하고 미리 학생들에게 이런 수업을 준비 중이라 몇 번 말하고, 준비하는 시간도 마련하고, 시범 수업도 했어요. 미래교실네트워크는 바로 시작하라고 조언하셨는데 12월엔 송년회도 있고, 애들 시험도 있고, 이러다 보니까 올해 1월에 설 명절 지나고 시작했어요. (주로 담당하는 선생님은 누구신가요?) 당번처럼 나눠서 맡고 있어요. 이번 주는 저와 신남호 센터장님이 하고, 다음 주는 다른 선생님이 짝을 이루고, 이렇게요.
혜복: 이전에 진주 선생님 인터뷰 때 담임 외에 맡으신 업무가 있다고 들었어요. 서정 선생님도 희망학교 금천에서 담임 역할 외에 맡은 업무가 있으신가요?
서정: 저희 희망학교 금천 종사자들은 각자 담임 외에 맡은 업무가 있어요. 회계 업무 기준으로 나뉘는데 저는 급식 사업을 담당하고 있어요. 그리고 문화 관련 사업, 문화 프로그램, 여름캠프나 학생을 위한 일상적인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데 많이 못 하고 있어요. 돈이 없어서… 하하…. 그리고 학생회 등 자치활동과 모임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가 문화 관련 사업을 맡기 시작한 건 신남호 센터장님이 취임하신 후예요. 취임 전엔 센터장님이 선생님으로서 그 프로그램을 하셨거든요. (작년(2024년) 송년회에 학생들과 함께 공연을 했다고 들었어요. 이런 문화 공연 경험이 더 있나요?) 저희가 이렇게 본격 공연을 한 건 작년 송년회가 처음이에요. 진짜 연극 공연을 해본 건 처음이고, 그전엔 낭독극을 하거나 대본집을 만드는 식으로 대신했죠. 예전에 한 번 희망학교 연합 송년회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기타 수업을 하던 참이라 학생들이 기타 공연을 한 적도 있어요.
혜복: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나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거나, 직접 아이디어를 내서 시작해보거나.
서정: 제가 희망학교에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금천구에서 운영하던 마을사업에 참여했는데, 그 사업으로 제가 맡은 학년 학생들과 사진 찍으러 다니는 수업을 했어요. 2014년이었고 주말에만 했는데, 봄부터 여름까지 저도 주말마다 출근해서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근데 7-8명 되는 애들이 거의 빠지지도 않고 부지런히 나왔어요. (어머, 대단해요.) 지금 한다면 상상도 못할 출석률이라고 생각해요. (반 년간 주말마다 학생들과 서로서로 기운을 받으며 했나 봐요. 출석률도 좋고.) 그게 참 신기해요. 지금은 학생들한테 주말에 놀러 가자고 해도 잘 안 나오거든요. 집에서 핸드폰 하는 게 더 좋다고 하고요. 근데 그때 정말 학생들도 애썼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땐 핸드폰 카메라도 지금처럼 좋지 않았잖아요. 2014년 당시에 신남호 센터장님과 신광식 공간지기님이 후원회원들에게 카카오톡 공지도 해주시고, 집에 안 쓰는 디지털 카메라가 있다면 빌려달라거나 후원해달라고 여기저기 물어보셨죠. 그 카메라를 알음알음 하나하나 모아서, 사용법도 배웠고요. 남대문시장에 학생들과 우르르 나가서 사진 찍고 오고, 그런 기억이 납니다. (입사 초인데 주말마다 출근하는 게 어렵진 않으셨어요?) 그땐 뭐, 갓 취업했을 때니까 맡은 일을 자연히 하게 되었고요. 한 4-5개월 정도 하고 일이 많은 1월 즈음에 다행히 끝났어요.
혜복: 오랫동안 일하셨으니 한 번 더 해보고 싶은 수업이나 활동도 있을 것 같아요. 전에 했다가 없어져서 아쉽다거나, 또 해보고 싶다거나.
서정: 그 사진 프로그램도 재미있었고, 근데 사실 저희 희망학교는 야간보호사업으로 받는 비용이 제일 컸는데 선정되지 않아서 걱정이에요. 저희는 프로젝트 활동을 계속 해왔거든요. 학생들이 주도해서 놀러가는 게 많았고, 프로젝트 활동을 힘들어하면서도 해나가는 게 있었는데 지금 거의 다 중단되어 그런 것을 더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얻고 싶어요.
물론 이런 기회는 저도 힘들어요. 왜냐하면 학생들을 모으고, ‘누가 할 거야, 누가 팀장 할 거야, 어디로 갈 거야, 무엇을 할 거야’ 등등 정해야 하니까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요. 그래도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놀러가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프로젝트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작년에 다녀온 여름캠프 사진입니다. 강릉으로 다녀왔고, 사진은 조별 여행 때 찍은 사진입니다. 물에 빠지고, 놀다가 싸우고, 박물관에 뭐 두고 왔다고 다시 걷고..덥고..힘들고....ㅎㅎ그치만 재밌었습니다!" (설명: 신서정, 사진: 희망학교 금천)
혜복: 모든 좋은 사업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잖아요. 해야 되는데, 말 꺼내면 맡아야 하니까요. 그래도 말씀 속에 부담보다 아쉬움이 더 짙은 것 같아요.
서정: 그쵸, 그쵸. 이게 참 중요하고, 학생들에게도 필요한 경험이거든요. 저만 해도 중고등학교 시절은 물론이고 대학교 때에도 이렇게 주도적인 경험을 많이 해보진 못했어요. 자기 스스로, 그리고 팀을 이뤄서 하고 싶은 일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평가한 경험이 일반 학생에겐 쉽게 갖기 힘든 경험이잖아요.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과 팀 경험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표현하는 학생들도 많고요. 졸업생 중에서도 그렇고요. 이런 주도적인 활동 기회를 저는 우리 학생들이 다 한 번씩은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얼마간 학생들이 좋아하는 활동을 우선해야 하죠. 기획 자체가 힘드니까요. (그렇죠, 주도적으로 하려면 하고 싶은 것을 해야죠.) 그래서 학생들이 기획과 활동을 좋아해야 하고, 이렇게 학생들이 좋아하는 활동을 하려면 결국 돈이 들 수밖에 없죠.
근데 대부분의 지원이나 공모사업은 해당하는 프로젝트를 사전에 기획하는 것을 전제로 공고하잖아요. 하지만 프로젝트는 학생들의 욕구에 따라 나오는 거라, 1년 전부터 계획서에 미리 써두고 대비할 수는 없더라고요. 프로젝트를 지원으로 하기 어려우니, 오히려 학습 프로그램이나 일상적인 활동은 지원사업으로 채워가고 나라에서 받는 보조금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으니 그 예산을 프로젝트에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무엇보다 법인에 후원을 많이 해주시면 저희가 시설 운영과 활동을 위한 전입금을 많이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러면 정말 좋죠.
혜복: 맞아요. 지원사업은 공고가 안 날 수도 있고 탈락할 수도 있으니 그 불확실성에 의존해 1년을 보낼 수 없죠. 무슨 뜻인지 잘 알겠습니다. (맞습니다.) 그럼 공통 질문을 조금 일찍 드려도 되겠네요.
청소년과 만나는 여러 어른들이 있지요. 청소년 때문에 힘들어 하기도, 청소년을 오해하기도 하고, 청소년과 어색하게 지내기도 해요. 그런 분들의 가슴에 사랑이 넘치도록, 선생님이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 같은 일을 하는 산하기관 종사자들에게
- 청소년 자녀를 대하는 부모들에게
- 청소년을 만나는 동네 주민들에게
- 청소년을 직접 만나지 못하는 후원회원에게
서정 선생님은 아마 후원회원님께 하고픈 말씀이 있으시겠네요.
서정: 제가 안 그래도 사전 질문지를 보고 답을 후원회원님께 드리는 말로 썼거든요. (아 정말요?) 이렇게 4가지 보기를 봤을 때, 물론 직접 만나는 종사자들도 애쓰고 있고 부모님들도 애쓰고 있으시겠지만 저희가 후원회원들은 잊기 쉽거든요. 직접 만나지 못하니 사실 감사한 마음을 잊고 살기 쉬워요. 법인은 늘 후원회원을 대하시니 더 기억하기 쉬우시겠지만 저희는 일상적으로 (후원회원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은데, 희망학교와 사랑의힘 후원회원들은 조금 더 남다른 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분들이 희망학교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갖고 계신지 많이 봐오고 들어와서 알고 있으니까요.
후원회원들이 보내주시는 물질적인 도움도 감사한 일이지만, 한마음으로 바라고 기원하는 바가 이뤄진다는 힘을 믿거든요. 청소년을 위해, 그리고 학생들을 직접 만나는 저희(종사자)를 위해 늘 마음으로 기도하고 지지해주신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응원을 받고 있는데 잘못될 리 없어’라 생각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혜복: 서정 선생님의 꿈이나 계획은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나, 희망학교에서나.
서정: 으음, 앞서 말씀드렸듯 저는 사실 인생 계획을 세우지는 않는데요. 그래서 특별히 큰 목표나 방향, 이룰 것은 없어요. 그냥 하루하루 별일 없이 잘 보내고 싶다, 이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다만 누군가에게 해가 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서, 그 부분을 항상 경계하고 있는데 쉽진 않네요. 말은 이렇게 정리해서 해도 매일 기분이나 상태가 오르락 내리락 하고, 혼자 전쟁도 치르는 것 같네요. 어떻게 안 그럴 수 있을까요…? (아이고, 저도 항상 그런 걸요. 소소한 낙으로 사는 거죠.) 맞아요. 요즘 날씨가 좋은 날에는 서울에도 별이 꽤 잘 보여서, 집에 갈 때 안전한 곳으로 들어서면 하늘 보고 걸어요. 저는 그냥 그렇게 사는 게 좋습니다!
정말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질 수 있다니 소원을 하나 빌어보자면, 학생들과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 지금 고3 학생들과 같이 가게 되면 한 6-7명 되겠네요. 제가 체코를 좋아하거든요. 거긴 또 역사적인 의미가 많은 곳이니, 3천만 원을 만들어 학생들이랑 같이 가고 싶다는 꿈을 계속 꾸고 있습니다. (3천만 원이면 몇 명이 갈 수 있나요?) 7-8명이요.
혹시라도 기회가 있다면 알려주시고요, 기업에 제안할 생각도 하는 중인데 제안서를 아직 완성하지 못했네요. 그래도 쉽지 않으니 그냥 꿈만 갖고 있습니다, 하하. 신남호 센터장님과도 ‘아, 제주도 가고 싶다. 학생들과 일본이라도 해외여행 가보고 싶다’ 하고 있어요. 한 번 가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이런 얘기만 하다가 올해는 야간보호사업 떨어지고 조용히 하고 있죠.
(왜 체코를 좋아하시나요?) 스메타나라는 유명한 음악가가 있죠. (저 그분의 <몰다우>를 참 좋아해요.) 네, 3-4월 즈음 매년 음악제를 한다더라구요. 미술로는 알폰스 무하. (아르누보로 유명하죠!) 그렇죠, 아주 예쁜 그림을 그렸죠. 역사도 우리나라와 굉장히 비슷하거든요. 그런 게 인상적이라서요. (애국심과 민족의식이 선명한 나라라서 비슷한 것 같아요. 그쪽도 굴라시(매콤한 헝가리 수프)가 있나요?) 오, 굴라시 맛있죠. 저도 좋아해요. 종사자들끼리 가도 좋겠네요. 근데 3천만 원이 모여도 제가 못 간다면…. (소원이 반만 이뤄지는 거네요. 아이, 둘 다 이뤄질 거예요.) 네,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2020년 처음으로 졸업여행을 떠났을 때 사진입니다. 한 명은 성인을 앞두고, 나머지는 고등학생을 앞두고 떠난 여행이었는데, 어느덧 모두 성인이 되었네요." (설명: 신서정, 사진: 희망학교 금천)
혜복: 이렇게 꿈과 목표를 갖고 희망학교에서 일하신 걸까요? 11년의 시간 동안요.
서정: 그러니까요, 11년. 근데 지금 11년의 의미를 크게 두시지만 시간은 어찌저찌 그냥 흘러가는 거니까, 특별히 제가 막 베테랑이 되었다거나 이런 생각은 사실 안 해요. 제가 인생 목표를 정하고 살고, 이런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계획을 세우고, 정하고, 하진 않아요.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법인에 고마운 게 그거거든요. 매년 초에 한 해 목표를 정하잖아요. 저는 그렇게 한 해 목표를 정하지 않는데 법인에서 1년 목표를 물어보면 그거를 정하고 지키기 위해 애쓰게 되거든요. 그런 게 저는 좋더라구요. (꼭 전해드릴게요.)
혜복: 힘들거나 지칠 때, 기운을 북돋는 노하우가 있나요?
서정: 아, 제발 좀 알려주세요, 하하하… 10년쯤 했으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직도 학생들 행동 하나, 말 한 마디에 우중충해지고 잠을 설치기도 해요. 그냥 기분 좋을 땐 같이 깔깔대고, 짜증낼 땐 서로 건드리지 않죠.
지금 맡은 학생들은 특히 오랜 시간 동안 함께 겪어온 학생들이라 서로 자극하지 않는 법을 알아가는 것 같네요. 처음 온 학생은 이름을 빨리 외워 불러주고, 조금 안면을 트면 ‘선생님들 이름 외우기’ 시험을 엄격하게(?) 봅니다. 며칠 전에도 한 학생이 10여 번 탈락을 거쳐 드디어 합격했네요. (아이고, 저도 자신없네요.) 네, 시험을 빡빡하게 봅니다.
그래서 ‘극복’을 한다기보단 자연히 시간이 지나며 해결되는 일이 많은 것 같아요. 결국 제가 느끼는 많은 어려움은 학생들과의 크고작은 갈등으로 비롯된 것인데, 그냥 시간이 지나니 자연스럽게 해소되고 화해하게 된 것이 많더라고요. 예전에 여러 번 비행도 저지르고 희망학교에도 오지 않아 갖은 수단을 다 썼는데도 결국 여기를 그만 둔 학생이 있었는데, 지금은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잘 하고 있다네요. 또 저랑 대판 싸우고 여길 그만두려 한 학생도 있었지만 문득 희망학교 근처에 있다기에 들어오라고 해서 이야기 나누고, 화해했습니다. 당시엔 어렵고 상처였던 일이 시간 지나면 풀어질 때가 있어요.
아무튼 어려움이 있을 때 속으로 쌓아놓진 않습니다! 센터장님과, 옆자리 선생님들께 와랄랄라 이야기하고 풀어내기도 해요. 제가 하기 어려운 건 다른 선생님들이 대신 나서서 도와주시기도 하고요. 이 자리를 빌어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꼭 전해드리겠습니다.) 아휴 감사합니다.
혜복: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네요.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서정 선생님은 스스로를 어떤 어른으로 소개하고 싶은가요?
서정: 어른이라는 말이 저는 좀 무겁게 다가와서, 영향력을 가지거나 미치거나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저는 ‘애들이랑 가끔 놀고 싶은 어른이다’, 이렇게 적었어요. 자주는 힘드니까, 가끔 놀고 싶다, 학생들이 나랑 놀아주면 좋겠다, 이런 생각입니다.
서정 선생님과 인터뷰하며, 일과 삶 모두 담백하게 꾸려나가는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에도 원대한 꿈보다, 애들과 가끔 놀고 싶다는 담백하면서도 오래갈 수 있는 꿈을 말씀해주신 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언젠가 서정 선생님의 꿈만큼, 학생들과 체코로 정답게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함께 바라겠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희망학교 금천의 신서정 생활복지사님(이하 서정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서정 선생님은 희망학교 금천에서 장장 11년의 시간을 일하며 역사를 만들어가는 분인데요. 이런 호들갑을 떨면 “어이구 어이구, 아닙니다”라며 쑥스러워하시는 담백한 분이시죠.
희망학교 금천에 전화를 걸면 가장 자주 반갑게 맞아주시는 서정 선생님을 직접 뵙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서정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희망학교 금천(사진: 사랑의힘)
혜복: 안녕하세요, 늘 전화로만 만나다가 처음 뵈어요. 저처럼 인터뷰로 처음 만날 독자들과 후원회원님을 위해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정: 안녕하세요, 저는 희망학교 금천에서 근무하고 있는 신서정이라고 합니다. 2014년 2월부터 희망학교에서 일했고 11년이 조금 넘었네요. (우와, 엄청나네요!) 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하하. 희망학교 금천의 문화 프로그램, 학생회, 담임으로는 고등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을 맡고 있어요. 추가로 급식 업무 회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이쿠, 저절로 공손해지네요.) 어이구 어이구, 아닙니다. (첫 직장이 희망학교 금천인가요?) 직장으로는 두 번째 직장이에요.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한 건 희망학교 금천이 처음이에요.
제 첫 직장은 청소년센터로, 청소년에 관련된 사업을 하는 사단법인이었어요. 한편으로는 청소년 인성교육을, 한편으로는 청소년 문화 사업을 주로 진행하는 곳이었죠. (와, 저도 사회복지영역은 처음이라 이번에 서정 선생님 이야기 들으면서 많이 배워야겠어요.) 하하, 저도 아직도 익숙해지는 과정이에요.
혜복: 먼젓번 직장은 청소년 문화사업을 하던 사단법인이라셨는데, 그럼 청소년에게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는 일을 계속 해오신 셈이에요. 일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서정: 저도 ‘왜 시작했을까’ 생각해봤는데, 두 가지가 떠올랐어요. 제가 대학생 때 공연 보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공연장에서 아르바이트도 했고 번 돈을 공연 보는데 족족 썼어요. 앞으로 공연기획 관련한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문화 계열 직장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한편으론 초등학교 때까지 외조부모님이 길러주셔서 함께 보낸 시간이 길었는데, 두 분 다 교사 출신이셨고 저희 어머니도 교사 출신이셔서 어쩐지 집에서도 선생님들을 만나는 것 같았어요. 엄마가 가르쳤던 학생들 이야기, 교사 경험을 가진 분들과 함께 지낸 성장환경이 알게 모르게 제게 끼친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자연스럽게 누가 제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선생님이라고 대답하곤 했죠. (저도 외할아버지와 어머니가 교사셨고, 대학생 때 공연 좋아해서 많이 보고 기획도 했답니다. 공통점이 많네요, 우리.) 아하하, 희망학교로 오시죠? 아무튼 첫 직장인 청소년센터에선 당시 함께 일하던 분들과 합이 좋아 재미있게 일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짧지만 청소년과 만나는 시간이 재미있어서, 다음엔 ‘청소년과 직접 만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죠.
혜복: 그럼 청소년의 문화활동 사업으로 시작했다가, 그만두고 희망학교로 ‘뿅’ 오신 걸까요?
서정: 네, 말씀드렸듯 전 직장에선 청소년을 만나는 기회가 많지 않았거든요. 근데 1년에 한 번씩 청소년을 직접 만나 하는 사업이 있었는데 그게 무척 재미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직접 만나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다음 일자리를 찾아봤죠. 여러 군데 면접을 보다가 희망학교가 ‘뿅’ 하고 나타났죠.
저는 사회복지를 전공하진 않았거든요. 아마 사회복지시설, 기관이라고 채용공고 전면에 드러나 있었다면 이건 사회복지사만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쉽사리 지원할 맘을 먹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근데 그렇지 않아서, ‘희망학교? 대안학교 같은 곳인가?’ 생각하며 지원했죠. 아직도 그때 면접이 기억나는데, 아마 최혜란 이사장님과 신광식(청년공간 모락모락) 공간지기 님이 저와 만나셨어요. 약 1시간여 되는 긴 시간 동안 면접이란 긴장감 없이 그냥 정말, 대화 나누듯, 지금 인터뷰처럼 이야기했어요. 저한테 뭐 궁금한 거 없냐고 물어보시고, 저도 CLC가 무엇이냐고 질문하고.
아직도 그때가 기억나네요. 물흐르듯 이야기하다가 희망학교에 오게 된 느낌이에요. (오, ‘뿅’ 따라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나저나 정말 모두와 결이 잘 맞았나봐요.) 아하하하, 네. 지금 희망학교 금천 센터장이신 신남호 선생님을 만났고, 당시 센터장이시던 조진희 이사님, 생활복지사로 제 옆에서 함께 일하신 김경훈 이사님도 만났죠. (말씀을 듣고 있으니 서정 선생님이 마치 법인의 조상님 같네요.) 그러니까요, 많은 경력을 가진 분들과 함께 일했죠. 그래도 저는 아직 ‘쭈구리’입니다… 학생들에게도 ‘날 가만히 둬, 나 떨고 있니’ 등 농담하곤 해요.
혜복: 그렇게 가만히 두지 않는 학생들 나이일 때, 서정 선생님은 어떤 청소년이었나요?
서정: 제가 생각하기엔 평범해요. 학교에선 얌전한 모범생, 집에서는 독불장군. 제 사춘기는 오직 부모님만 알고 계십니다, 하하. 부모님은 시간이 없어 자주 학교에 오진 못하셨는데, 아주 가끔 부모님이 학교에서 면담을 할 때 선생님으로부터 ‘아니, 서정이는 어쩜 이렇게 착하고 얌전해요’라는 말을 듣고 오시면 얘, 넌 집에선 왜 다르게 하느냐고 제게 말씀하셨죠. 학교나 친구들에게 사춘기 티가 나진 않았고, 밖에선 잘 놀았어요. (밖에서 혼자 공연보고 문화를 즐기는 스타일이었나요? 저도 그랬거든요.) 맞아요. 사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싫어하진 않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요. 그래서 좋은 공연을 친구와 같이 본 적도 있지만 대체로 혼자 잘 보러다닌 것 같아요.
자유를 더 누려보려 생각한 건 대학교에 가서, 휴학을 하고 1년간 굉장히 잘 놀고 제게 필요한 시간을 선사했지요. (어떤 이유로 자아찾기 시간을 마련했을까요?) 대학교에서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철학을 공부했거든요. 근데 처음으로 공부가 재미있다고 느꼈어요. 그 배움도 영향을 미쳤고, 마침 제가 대학 다닐 즈음 1년 정도 휴학은 괜찮지 않냐는 분위기가 생겨나던 시점이라 시간을 갖게 되었죠. 마침 어머니 덕에 당시엔 교사 대상 공연 티켓 이벤트도 있었던 만큼 저도 그 혜택을 보았죠. 공연을 보고, 재미있으니 돈을 모아서 공연을 보러 다니고, 그러면서 공연 분야에 빠져들고. 그래서 휴학하면 아르바이트로 무엇무엇을 하겠다고 계획도 세웠죠. (그렇군요, 공연에 대한 애정이 참 크시군요.) 희망학교에 오면서부터는 많은 것을 끊어냈죠. 하하하. 일단 공연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주말뿐이고, 근데 주말에는 또 쉬어야 하니까 보러갈 기회도 적고요. 많이 못하죠. 물론 가끔가서 한 번씩은 보거든요, 1년에 한두 번. 그럼 또 좋더라구요.
혜복: 앞서 희망학교에서 고등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셨죠. 성년을 앞둔 수험생을 집중으로 맡으신 걸까요?
서정: 원래 희망학교 금천은 중등부 이후 고등부 담임이 맡게 되는 방식이었어요. 고1반은 그렇게 제가 새 담임으로 함께 하는데 고3반은 독특해요. 이번엔 처음으로 제가 중학교 1학년부터 맡아 고등학교 3학년까지 쭉 이어서 담임으로 같은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학년별로 담임이 바뀌는 게 아니라 시작부터 함께했다면 졸업까지 앞둔 지금은 크루(팀)처럼 굉장히 끈끈하겠네요.) 하하, 그 정도로 끈끈하진 않지만요. 그래도 담임 선생님이 계속 바뀌어 온 고1반과 다르긴 해요. 고3반은 이 친구가 어떤 부분을 건드리면 싫어하는지, 그리고 선생님이 제시하는 어떤 선은 꼭 지켜야 우리에게 뭐라 하지 않는지 등 민감한 부분을 서로 잘 알더라고요. 그래서 편한 것은 있죠. 알고 있다 하여 다 지키는 건 아니지만 조심하려 노력하죠.
혜복: 담임제가 궁금해요. 학년이나, 그 학년별로 모인 학생들 특성에 따라 담임도 맞춰 배정되나요?
서정: 아, 그렇진 않아요. 저 같은 경우를 보면 제가 맡은 고3들이 대거 졸업할 예정이잖아요. 지금 희망학교 금천에 고1이 3명밖에 없고 고3이 5명이에요. 성장과 졸업은 어쩔 수 없으니, 이후엔 아마 제가 새로 들어오는 1학년을 담당할 수도 있죠. 이렇게 흐름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게 맡아요. 신남호 센터장님도 앞으로 어떤 방식이 좋을지 늘 생각 중이신 것 같아요. 제 사례처럼 계속 희망학교 6년 과정을 한 사람이 맡는 게 나은가, 아닌가. (그렇네요, 담임제를 다양하게 시도하는 실험 단계도 필요하겠고요.) 늘 3년씩 하다가 6년을 연이어 하는 케이스가 처음인데 장단점이 있으니 관련해 생각이 많으시겠죠.
사실 학년별 학생수 균형이 중요하죠. 지금 중3 학생이 제일 많은데, 그럼 학년 단위로 담임을 맡으면 혼자 10명 이상을 맡게 될 수도 있고요. 새로 중2를 맡게 되었는데 신입생이 2명 뿐이면 그럼 학년별로 맡아야 할 학생수가 확연히 다르니까요. 이런 것도 고민이 되지요. (아하, 학년 단위로 나눠 맡을 경우 담임별 인원도 어려움이 되겠네요.) 네, 운영 측면의 어려움이 사실 커요. (학생이 많아서 버겁다는 말씀은 아니고, 할 수 있는 만큼 최소한의 선을 찾아가는 과정이네요.) 맞아요, 그 얘기입니다.
혜복: 희망학교에서 담임 선생님은 어떤 일을 하나요?
서정: 일단 제가 맡은 학생들은 고등학생이라 수업시간에 제가 직접 가르치는 시간은 거의 없어요. 다만 희망학교 담임의 가장 큰 역할은 학생의 일상생활에 동반하고 관리하는 역할이죠. 학생들이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고, 각자의 생활과 어려움에 맞춰 오늘 수업 중 어떤 내용을 덜어내고 더할지 조정하는 역할을 주로 해요. 수업은 주로 과목과 과정마다 담당하는 강사님이 있으시니 그분들이 주로 맡으시죠. (희망학교 담임은 페이스메이커 겸 코치인 셈이로군요. 수업에도 서정 선생님의 문화사업 경험을 녹여넣으셨나요?) 으음, 중학생은 담임별 재량시간을 좀더 확보해서, 선생님이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도 있고 수업이 필요하면 수업 형식으로 하죠. 하지만 아무래도 고등학생은 학습에 더욱 집중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요. 그래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반영하는 데에 한계가 있지만 최근엔 ‘거꾸로 수업’을 하며 중학생과 수업 내에서 재량을 발휘하고 있어요.
혜복: 거꾸로 수업은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서정: 설명하자면,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어떤 과제를 주고 그 답을 학생들이 직접 찾아내는 수업이에요. 선생님이 공부를 알려주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개념을 스스로 익히는 시간을 갖고, 각자 찾은 답을 학생끼리 의논하면서 자기 것으로 더욱 깊이 이해하고 간직하는 프로그램이죠.
헌데 아직 많은 고통을 겪고 있어요. 학생들도 선생님도, 이 인터뷰가 나올 즈음엔 익숙해져서 프로그램이 정착되어 있다면 좋겠네요. 아직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 걸까요. 저학년일수록 자율학습 프로그램에 빨리 적응한다던데, 중학교 1-3학년도 어린 편이라 생각했지만 이미 굳어진 공부 습관이 있어서 서로 씨름하고 있어요. (‘거꾸로 수업’은 오래된 프로그램인가요?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여러 가지 이유로 올해부터 새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갈수록 학생들이 학습과 수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의욕도 떨어지는 현상 때문이에요. 이러한 현상이 점점 심해져 저희 희망학교 금천에서 가장 비중이 큰 학습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들의 어려움도 커졌어요.
"현재 하고 있는 거꾸로수업 사진입니다. 우여곡절이 많지만, 서로 많이 애써가고 있습니다." (설명: 신서정, 사진: 희망학교 금천)
방법을 찾던 중 법인(사랑의힘)의 김경훈 이사님이 ‘미래교실네트워크’를 추천해주셔서 거기 연락드렸지요. 당시(2023년) 희망학교 금천의 예산도 부족하고 수업일정도 많이 비어 있는 상태라, 프로그램을 1월부터 해보겠다고 말씀드렸죠. 미래교실네트워크에서 많은 콘텐츠를 제공해주시고, 선생님들 수업 모니터링도 하시고, 온라인으로 가끔 회의도 하는데 그 도움을 받아서 중학생 대상으로 계속 ‘거꾸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일단 중학교 1-3학년 대상이지요.
아무튼 작년 말 처음 접하고 미리 학생들에게 이런 수업을 준비 중이라 몇 번 말하고, 준비하는 시간도 마련하고, 시범 수업도 했어요. 미래교실네트워크는 바로 시작하라고 조언하셨는데 12월엔 송년회도 있고, 애들 시험도 있고, 이러다 보니까 올해 1월에 설 명절 지나고 시작했어요. (주로 담당하는 선생님은 누구신가요?) 당번처럼 나눠서 맡고 있어요. 이번 주는 저와 신남호 센터장님이 하고, 다음 주는 다른 선생님이 짝을 이루고, 이렇게요.
혜복: 이전에 진주 선생님 인터뷰 때 담임 외에 맡으신 업무가 있다고 들었어요. 서정 선생님도 희망학교 금천에서 담임 역할 외에 맡은 업무가 있으신가요?
서정: 저희 희망학교 금천 종사자들은 각자 담임 외에 맡은 업무가 있어요. 회계 업무 기준으로 나뉘는데 저는 급식 사업을 담당하고 있어요. 그리고 문화 관련 사업, 문화 프로그램, 여름캠프나 학생을 위한 일상적인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데 많이 못 하고 있어요. 돈이 없어서… 하하…. 그리고 학생회 등 자치활동과 모임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가 문화 관련 사업을 맡기 시작한 건 신남호 센터장님이 취임하신 후예요. 취임 전엔 센터장님이 선생님으로서 그 프로그램을 하셨거든요. (작년(2024년) 송년회에 학생들과 함께 공연을 했다고 들었어요. 이런 문화 공연 경험이 더 있나요?) 저희가 이렇게 본격 공연을 한 건 작년 송년회가 처음이에요. 진짜 연극 공연을 해본 건 처음이고, 그전엔 낭독극을 하거나 대본집을 만드는 식으로 대신했죠. 예전에 한 번 희망학교 연합 송년회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기타 수업을 하던 참이라 학생들이 기타 공연을 한 적도 있어요.
혜복: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나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거나, 직접 아이디어를 내서 시작해보거나.
서정: 제가 희망학교에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금천구에서 운영하던 마을사업에 참여했는데, 그 사업으로 제가 맡은 학년 학생들과 사진 찍으러 다니는 수업을 했어요. 2014년이었고 주말에만 했는데, 봄부터 여름까지 저도 주말마다 출근해서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근데 7-8명 되는 애들이 거의 빠지지도 않고 부지런히 나왔어요. (어머, 대단해요.) 지금 한다면 상상도 못할 출석률이라고 생각해요. (반 년간 주말마다 학생들과 서로서로 기운을 받으며 했나 봐요. 출석률도 좋고.) 그게 참 신기해요. 지금은 학생들한테 주말에 놀러 가자고 해도 잘 안 나오거든요. 집에서 핸드폰 하는 게 더 좋다고 하고요. 근데 그때 정말 학생들도 애썼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땐 핸드폰 카메라도 지금처럼 좋지 않았잖아요. 2014년 당시에 신남호 센터장님과 신광식 공간지기님이 후원회원들에게 카카오톡 공지도 해주시고, 집에 안 쓰는 디지털 카메라가 있다면 빌려달라거나 후원해달라고 여기저기 물어보셨죠. 그 카메라를 알음알음 하나하나 모아서, 사용법도 배웠고요. 남대문시장에 학생들과 우르르 나가서 사진 찍고 오고, 그런 기억이 납니다. (입사 초인데 주말마다 출근하는 게 어렵진 않으셨어요?) 그땐 뭐, 갓 취업했을 때니까 맡은 일을 자연히 하게 되었고요. 한 4-5개월 정도 하고 일이 많은 1월 즈음에 다행히 끝났어요.
혜복: 오랫동안 일하셨으니 한 번 더 해보고 싶은 수업이나 활동도 있을 것 같아요. 전에 했다가 없어져서 아쉽다거나, 또 해보고 싶다거나.
서정: 그 사진 프로그램도 재미있었고, 근데 사실 저희 희망학교는 야간보호사업으로 받는 비용이 제일 컸는데 선정되지 않아서 걱정이에요. 저희는 프로젝트 활동을 계속 해왔거든요. 학생들이 주도해서 놀러가는 게 많았고, 프로젝트 활동을 힘들어하면서도 해나가는 게 있었는데 지금 거의 다 중단되어 그런 것을 더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얻고 싶어요.
물론 이런 기회는 저도 힘들어요. 왜냐하면 학생들을 모으고, ‘누가 할 거야, 누가 팀장 할 거야, 어디로 갈 거야, 무엇을 할 거야’ 등등 정해야 하니까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요. 그래도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놀러가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프로젝트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작년에 다녀온 여름캠프 사진입니다. 강릉으로 다녀왔고, 사진은 조별 여행 때 찍은 사진입니다. 물에 빠지고, 놀다가 싸우고, 박물관에 뭐 두고 왔다고 다시 걷고..덥고..힘들고....ㅎㅎ그치만 재밌었습니다!" (설명: 신서정, 사진: 희망학교 금천)
혜복: 모든 좋은 사업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잖아요. 해야 되는데, 말 꺼내면 맡아야 하니까요. 그래도 말씀 속에 부담보다 아쉬움이 더 짙은 것 같아요.
서정: 그쵸, 그쵸. 이게 참 중요하고, 학생들에게도 필요한 경험이거든요. 저만 해도 중고등학교 시절은 물론이고 대학교 때에도 이렇게 주도적인 경험을 많이 해보진 못했어요. 자기 스스로, 그리고 팀을 이뤄서 하고 싶은 일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평가한 경험이 일반 학생에겐 쉽게 갖기 힘든 경험이잖아요.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과 팀 경험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표현하는 학생들도 많고요. 졸업생 중에서도 그렇고요. 이런 주도적인 활동 기회를 저는 우리 학생들이 다 한 번씩은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얼마간 학생들이 좋아하는 활동을 우선해야 하죠. 기획 자체가 힘드니까요. (그렇죠, 주도적으로 하려면 하고 싶은 것을 해야죠.) 그래서 학생들이 기획과 활동을 좋아해야 하고, 이렇게 학생들이 좋아하는 활동을 하려면 결국 돈이 들 수밖에 없죠.
근데 대부분의 지원이나 공모사업은 해당하는 프로젝트를 사전에 기획하는 것을 전제로 공고하잖아요. 하지만 프로젝트는 학생들의 욕구에 따라 나오는 거라, 1년 전부터 계획서에 미리 써두고 대비할 수는 없더라고요. 프로젝트를 지원으로 하기 어려우니, 오히려 학습 프로그램이나 일상적인 활동은 지원사업으로 채워가고 나라에서 받는 보조금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으니 그 예산을 프로젝트에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무엇보다 법인에 후원을 많이 해주시면 저희가 시설 운영과 활동을 위한 전입금을 많이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러면 정말 좋죠.
혜복: 맞아요. 지원사업은 공고가 안 날 수도 있고 탈락할 수도 있으니 그 불확실성에 의존해 1년을 보낼 수 없죠. 무슨 뜻인지 잘 알겠습니다. (맞습니다.) 그럼 공통 질문을 조금 일찍 드려도 되겠네요.
청소년과 만나는 여러 어른들이 있지요. 청소년 때문에 힘들어 하기도, 청소년을 오해하기도 하고, 청소년과 어색하게 지내기도 해요. 그런 분들의 가슴에 사랑이 넘치도록, 선생님이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서정 선생님은 아마 후원회원님께 하고픈 말씀이 있으시겠네요.
서정: 제가 안 그래도 사전 질문지를 보고 답을 후원회원님께 드리는 말로 썼거든요. (아 정말요?) 이렇게 4가지 보기를 봤을 때, 물론 직접 만나는 종사자들도 애쓰고 있고 부모님들도 애쓰고 있으시겠지만 저희가 후원회원들은 잊기 쉽거든요. 직접 만나지 못하니 사실 감사한 마음을 잊고 살기 쉬워요. 법인은 늘 후원회원을 대하시니 더 기억하기 쉬우시겠지만 저희는 일상적으로 (후원회원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은데, 희망학교와 사랑의힘 후원회원들은 조금 더 남다른 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분들이 희망학교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갖고 계신지 많이 봐오고 들어와서 알고 있으니까요.
후원회원들이 보내주시는 물질적인 도움도 감사한 일이지만, 한마음으로 바라고 기원하는 바가 이뤄진다는 힘을 믿거든요. 청소년을 위해, 그리고 학생들을 직접 만나는 저희(종사자)를 위해 늘 마음으로 기도하고 지지해주신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응원을 받고 있는데 잘못될 리 없어’라 생각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혜복: 서정 선생님의 꿈이나 계획은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나, 희망학교에서나.
서정: 으음, 앞서 말씀드렸듯 저는 사실 인생 계획을 세우지는 않는데요. 그래서 특별히 큰 목표나 방향, 이룰 것은 없어요. 그냥 하루하루 별일 없이 잘 보내고 싶다, 이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다만 누군가에게 해가 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서, 그 부분을 항상 경계하고 있는데 쉽진 않네요. 말은 이렇게 정리해서 해도 매일 기분이나 상태가 오르락 내리락 하고, 혼자 전쟁도 치르는 것 같네요. 어떻게 안 그럴 수 있을까요…? (아이고, 저도 항상 그런 걸요. 소소한 낙으로 사는 거죠.) 맞아요. 요즘 날씨가 좋은 날에는 서울에도 별이 꽤 잘 보여서, 집에 갈 때 안전한 곳으로 들어서면 하늘 보고 걸어요. 저는 그냥 그렇게 사는 게 좋습니다!
정말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질 수 있다니 소원을 하나 빌어보자면, 학생들과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 지금 고3 학생들과 같이 가게 되면 한 6-7명 되겠네요. 제가 체코를 좋아하거든요. 거긴 또 역사적인 의미가 많은 곳이니, 3천만 원을 만들어 학생들이랑 같이 가고 싶다는 꿈을 계속 꾸고 있습니다. (3천만 원이면 몇 명이 갈 수 있나요?) 7-8명이요.
혹시라도 기회가 있다면 알려주시고요, 기업에 제안할 생각도 하는 중인데 제안서를 아직 완성하지 못했네요. 그래도 쉽지 않으니 그냥 꿈만 갖고 있습니다, 하하. 신남호 센터장님과도 ‘아, 제주도 가고 싶다. 학생들과 일본이라도 해외여행 가보고 싶다’ 하고 있어요. 한 번 가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이런 얘기만 하다가 올해는 야간보호사업 떨어지고 조용히 하고 있죠.
(왜 체코를 좋아하시나요?) 스메타나라는 유명한 음악가가 있죠. (저 그분의 <몰다우>를 참 좋아해요.) 네, 3-4월 즈음 매년 음악제를 한다더라구요. 미술로는 알폰스 무하. (아르누보로 유명하죠!) 그렇죠, 아주 예쁜 그림을 그렸죠. 역사도 우리나라와 굉장히 비슷하거든요. 그런 게 인상적이라서요. (애국심과 민족의식이 선명한 나라라서 비슷한 것 같아요. 그쪽도 굴라시(매콤한 헝가리 수프)가 있나요?) 오, 굴라시 맛있죠. 저도 좋아해요. 종사자들끼리 가도 좋겠네요. 근데 3천만 원이 모여도 제가 못 간다면…. (소원이 반만 이뤄지는 거네요. 아이, 둘 다 이뤄질 거예요.) 네,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2020년 처음으로 졸업여행을 떠났을 때 사진입니다. 한 명은 성인을 앞두고, 나머지는 고등학생을 앞두고 떠난 여행이었는데, 어느덧 모두 성인이 되었네요." (설명: 신서정, 사진: 희망학교 금천)
혜복: 이렇게 꿈과 목표를 갖고 희망학교에서 일하신 걸까요? 11년의 시간 동안요.
서정: 그러니까요, 11년. 근데 지금 11년의 의미를 크게 두시지만 시간은 어찌저찌 그냥 흘러가는 거니까, 특별히 제가 막 베테랑이 되었다거나 이런 생각은 사실 안 해요. 제가 인생 목표를 정하고 살고, 이런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계획을 세우고, 정하고, 하진 않아요.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법인에 고마운 게 그거거든요. 매년 초에 한 해 목표를 정하잖아요. 저는 그렇게 한 해 목표를 정하지 않는데 법인에서 1년 목표를 물어보면 그거를 정하고 지키기 위해 애쓰게 되거든요. 그런 게 저는 좋더라구요. (꼭 전해드릴게요.)
혜복: 힘들거나 지칠 때, 기운을 북돋는 노하우가 있나요?
서정: 아, 제발 좀 알려주세요, 하하하… 10년쯤 했으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직도 학생들 행동 하나, 말 한 마디에 우중충해지고 잠을 설치기도 해요. 그냥 기분 좋을 땐 같이 깔깔대고, 짜증낼 땐 서로 건드리지 않죠.
지금 맡은 학생들은 특히 오랜 시간 동안 함께 겪어온 학생들이라 서로 자극하지 않는 법을 알아가는 것 같네요. 처음 온 학생은 이름을 빨리 외워 불러주고, 조금 안면을 트면 ‘선생님들 이름 외우기’ 시험을 엄격하게(?) 봅니다. 며칠 전에도 한 학생이 10여 번 탈락을 거쳐 드디어 합격했네요. (아이고, 저도 자신없네요.) 네, 시험을 빡빡하게 봅니다.
그래서 ‘극복’을 한다기보단 자연히 시간이 지나며 해결되는 일이 많은 것 같아요. 결국 제가 느끼는 많은 어려움은 학생들과의 크고작은 갈등으로 비롯된 것인데, 그냥 시간이 지나니 자연스럽게 해소되고 화해하게 된 것이 많더라고요. 예전에 여러 번 비행도 저지르고 희망학교에도 오지 않아 갖은 수단을 다 썼는데도 결국 여기를 그만 둔 학생이 있었는데, 지금은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잘 하고 있다네요. 또 저랑 대판 싸우고 여길 그만두려 한 학생도 있었지만 문득 희망학교 근처에 있다기에 들어오라고 해서 이야기 나누고, 화해했습니다. 당시엔 어렵고 상처였던 일이 시간 지나면 풀어질 때가 있어요.
아무튼 어려움이 있을 때 속으로 쌓아놓진 않습니다! 센터장님과, 옆자리 선생님들께 와랄랄라 이야기하고 풀어내기도 해요. 제가 하기 어려운 건 다른 선생님들이 대신 나서서 도와주시기도 하고요. 이 자리를 빌어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꼭 전해드리겠습니다.) 아휴 감사합니다.
혜복: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네요.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서정 선생님은 스스로를 어떤 어른으로 소개하고 싶은가요?
서정: 어른이라는 말이 저는 좀 무겁게 다가와서, 영향력을 가지거나 미치거나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저는 ‘애들이랑 가끔 놀고 싶은 어른이다’, 이렇게 적었어요. 자주는 힘드니까, 가끔 놀고 싶다, 학생들이 나랑 놀아주면 좋겠다, 이런 생각입니다.
서정 선생님과 인터뷰하며, 일과 삶 모두 담백하게 꾸려나가는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에도 원대한 꿈보다, 애들과 가끔 놀고 싶다는 담백하면서도 오래갈 수 있는 꿈을 말씀해주신 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언젠가 서정 선생님의 꿈만큼, 학생들과 체코로 정답게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함께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