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아이들]반딧불 같은 청소년, 이현빈 이야기 + 금융문맹 탈출 프로젝트 후기

202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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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학교 금천은 지난 1월 4일부터 3월 15일까지 총 10주간 청소년을 대상으로 ‘모락이와 함께하는 금융문맹 탈출 프로젝트(이하 금맹탈출 프로젝트)’를 운영했습니다.

금맹탈출 프로젝트는 사회진출과 자립을 앞둔 청소년에게 경제교육과 매니저 실습시간(청년공간 모락모락)을 제공하여 노동의 가치를 느끼게 하고, 금융상품과 신용·부채 등 실생활에 필요한 금융지식을 배우게 하는 종합교육 프로그램입니다.

금맹탈출 프로젝트 1기 활동을 마치고, 한결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한 이현빈 학생(고등학교 3학년, 이하 현빈)에게서 참여 소감과 향후 계획을 듣고 왔습니다.

 

Part1. 금맹탈출 1기, 이현빈

혜복: 안녕하세요, 이렇게 시간 내주어 고맙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현빈: 네, 안녕하십니까! 저는 희망학교 금천 학생 중 최고참인 이현빈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고등학교 3학년입니다.

 

혜복: 희망학교 금천에 가장 오래 다닌 학생이군요! 금맹탈출 프로젝트 1기 멤버 중 현빈 학생이 대표로 인터뷰를 하게 된 이유인가봐요.

현빈: 아, 처음에 선생님을 통해 인터뷰 제의를 받았을 땐 영상도 찍고 홈페이지에 올라가는 줄 알아서 많이 껄끄러웠고 하기 싫었거든요. 사실 1기 멤버들도 다들 어려워해서 그중 나온 의견이 제비뽑기나 가위바위보를 하고 진 사람이 인터뷰를 해야겠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으앙, 벌칙처럼 느꼈군요.) 네… 하하. 영상 찍는 줄 알고 다 서로 하기 싫어했는데 (먼저 인터뷰를 경험하신) 진주 선생님이 말로만 인터뷰하고 기록하는 거라고 설명해주셨어요. 그래서 딱 든 생각이 ‘어? 말로만 하는 인터뷰면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라서, 그냥 제가 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인터뷰에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한 자리에 모인 금맹탈출 프로젝트 1기 멤버들 (사진: 희망학교 금천)


혜복: 하긴 요샌 인터뷰 한 번도 자칫하면 온라인에 영원히 돌아다닐 수 있으니까 조심스러운 마음 이해해요. 그럼에도 이 자리에 와줘서 고마워요. (하하,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금맹탈출 프로젝트 1기 멤버들은 몇 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했나요? 동갑내기인 고등학교 3학년들일까요?

현빈: 다 고3은 아니고, 저 포함 고3은 세 명 있고 고2가 두 명 있어요.

 

혜복: 금맹탈출 프로젝트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참여자 모집을 보고 신청했나요, 아니면 학년에 따라 담임 선생님이 따로 만드신 프로그램일까요?

현빈: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금맹탈출 프로젝트가 생길 때 여기 참여하라고 선생님이 먼저 기회를 주셨어요. 할 사람 있는지 모집하셨는데 저는 듣자마자 ‘이거 바로 해야겠다’ 생각하고 신청을 했단 말이죠. (와, 정말요?) 네. 신청하려면 그 QR코드 들어가서 직접 이름이나 신청이유도 써서 내야 하고 면접을 봐야 한대요. 신청한 다음 면접을 볼 때 이제 희망학교 금천의 고3, 고2 학생 대부분이 다 봤던 걸로 기억하는데, 면접으로 뽑는다고 알고 있어서 그때 면접볼 때 정말 떨려가지고… 떨어질 줄 알았는데 붙어서 좋았죠.

 

금맹탈출 프로젝트 모집 포스터 (이미지:희망학교 금천)


혜복: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1기 멤버가 되었네요. 프로젝트 참여과정은 어땠나요?

현빈: 면접으로 뽑힌 1기 멤버들이 수업을 듣는데 경제교육이 5회차 있고, 실습을 5시간씩 10주간, 총 50시간 동안 했어요. 이론과 실습 수업을 번갈아가면서 하거든요. 이론 수업은 격주 수요일에 진행했고 실습은 토요일, 일요일 중 각각 오전/오후로 실습시간을 나누고 택하여 고정으로 일하고, 교대했어요. 그렇게 진행한 수업이에요.

 

혜복: 이론과 실습 둘 다 경험했네요. 둘 중 어느 쪽이 더 좋았어요?

현빈: 저는 개인적으로 실습이 더 좋았습니다. (어떤 일을 할 때 좋았나요?) 홀도 좋았지만 그래도 요리 쪽이 더 좋았죠. 실습 수업에는 많은 파트가 있고 골고루 경험해봤는데, 홀과 서빙과 요리 중 제일 재미있고 쉬웠던 게 저에겐 요리였거든요. 평소에도 요리를 굉장히 좋아해서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어먹기도 하고, 손님들이 제 요리를 맛있게 드시고 깔끔하게 다 비우신 기억이 뿌듯하고 그때 희열을 느낀 것 같습니다.

이론 수업 때는 저희가 직접 주식을 사보기도 하고, 주식에 대한 이런저런 제가 몰랐던 것을 많이 배웠어요.


혜복: 실습비는 어떻게 받게 되었나요?

현빈: 저희는 ‘모락장학금’이라 불렀는데, 아까 요리 얘기하며 말씀드린 그 모락모락 매니저 실습을 하며 받았는데요. 하루나 한 달로 주는 게 아니라 다르게 나눠서 주셨어요. 그러면 모락장학금으로 투자(S&P500 ETF 투자)하는 실습을 했어요.

실습비는 총 50만 원인데, 하루 실습을 5시간씩 해서 시간당 1만 원, 그러니 하루 5만 원이죠. 근데 전체 10주를 하니 총 50만 원을 받는데, 매주 받은 게 아니라 한 2-3주 있다가 25만 원, 15만 원, 10만 원으로 나눠 받았어요. 투자는 기초교육 후 한 3주차부터 시작해서, 당시 실습비가 25만 원이었어요.

금맹탈출 프로젝트 이론 수업을 진지하게 듣고 있는 1기 멤버들 (사진: 희망학교 금천)

 

혜복: 정리하자면 10주간 실습비 50만 원을 주 단위로 투자나 지출 체험을 위해 나눠서 지급했다는 거네요. 현빈 학생은 50만 원이란 금액을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적다고 생각했는지, 많다고 생각했는지 궁금했어요.

현빈: 이게 분명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50만 원이 숫자로 들을 때에도 적은 돈으로 느끼지 않았거든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아르바이트도 해봤고, 그래서 일한 경험과 일을 안 해보고 돈을 받는 경험끼리는 확실히 차이가 크더라고요. 학생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그래도 50만 원이 크다고 느꼈습니다.

 

혜복: 오, 현빈 학생은 금맹탈출 프로젝트 전에도 일경험이 있군요? 몇 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나요?

현빈: 정식 아르바이트라기보단, 사실 저희 부모님이 가게를 하시거든요. 그래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주말마다 항상 부모님 가게에 가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남아 일 도와드리고, 같이 집에 가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 때는 친척네 가게 오픈했다고 해서 왕복 3~4시간 정도 먼 거리를 저희 집과 오가며 거기서 일했어요. 그때부터 남들보다 빨리 돈의 가치를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혜복: 그렇군요. 이 정도면 사회생활을 먼저 해보고 금맹탈출 프로젝트에 참여한 셈이네요.

현빈: 덕분에 매니저 실습 과정에서 손님 응대도 잘 할 수 있었고, 모락모락 자원봉사 선생님들과도 잘 지냈죠. 거기 더해 경제 자체에 대해서 이번 금맹탈출 프로젝트로 많이 배우고 구체적으로 이해한 것 같아요.

 

금맹탈출 프로젝트 실습으로 모락모락에서 성실하게 참여하는 1기 멤버들 (사진: 희망학교 금천)


혜복: 하긴, 사회생활을 하는 것과 경제관념을 갖추는 것에는 차이가 있죠. 돈을 버는 것과 모으고 잘 쓰는 것은 정말 다른 것 같아요. 현빈 학생, 앞으로 본인의 진로를 정하고 경제를 관리하는 데에 금맹탈출 프로젝트 경험은 도움이 되었나요?

현빈: 아, 확실히 금맹탈출 프로젝트는 돈을 벌고 관리하는 내용이다 보니 제 전공과도 연결이 되더라구요. 저는 특성화고등학교에서 미디어영상을 전공하는데 일에 가장 필요한 장비도 돈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고, 신용이 있어야 시설도 장치도 빌릴 수 있는데 그점에서 금맹탈출 프로젝트는 저와도 연결점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하긴 영상 작업을 하는 프리랜서가 되든 업체에 들어가든 경제관리 연습이 필요할 텐데 미리 해본 게 많이 도움되겠어요.) 네, 확실히 도움이 된 것 같아요.

 

Part2. 나, 청소년 이현빈

혜복: 진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제 현빈 학생에 대해서도 알아볼까요? 아까 자기소개로 본인을 희망학교 금천 최고참이라 했죠. 언제부터 다녔나요?

현빈: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당시 학교 담임 선생님께서 직접 이곳을 추천하셔서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다니고 있습니다.

 

혜복: 아니, 정말요? 희망학교 금천은 지금 초등학교반을 운영하지 않는데 초등학교반이 있던 시절부터 다녔군요. 지금 희망학교 금천 자리로 이사오기 전에도 다녔나요?

현빈: 물론입니다. 그 역사 속 초등학교반 중 유일하게 남아있죠!

 

혜복: 최고참이란 말 속에 자부심이 느껴진 데엔 이유가 있군요. 어떻게 희망학교 금천에 오래 애착을 갖고 다니게 되었나요?

현빈: 당시 제가 남들보다 어휘력이나 의사표현이 부족한 걸 발견한 선생님께서 직접 이곳저곳 도움이 될만한 곳을 찾다가 희망학교로 보내신 건데요. ‘너 여기 가보고 애들이랑 같이 배우면 성적도 오를 거고, 친화력도 키우고, 소심한 성격도 바꿀 수 있을 거야’라며 추천하셨어요. 근데 처음엔 희망학교 금천엔 제 동기도 없고, 그땐 제가 막내라서 다 형, 누나, 선배들만 있었거든요. 정말 어색했는데 지내다 보니 형, 누나들도 잘 챙겨주고, 점점 시간이 가면서 동생들과 친구들도 들어오니 저도 잘 적응한 것 같아요.

 

혜복: 어머, 신기하다. 그땐 지금처럼 희망학교 최고참으로 인터뷰하는 본인 모습을 상상해봤나요?

현빈: 사실 그때는 제가 고3까지 남아 있을 거라곤 한 번도 생각 못 했습니다… 솔직히 바빠지면 그만두지 않을까 싶긴 한데, 지금 생각해 보니 전부터 아무리 바빠도 희망학교 오는 날은 늦게라도 저 스스로 꼭 오게 되더라구요. (고3이니 학교에서 일정이 많아져도, ‘희망학교 가야지!’ 하며 오는 건가요?) 네. 거의 가족 방문하듯이, 거의 친근한 집에 오는 것처럼요. 아무래도 오래 다니다 보니 이제 좀 친근한 것도 있고 익숙해지다 보니 편해진 것 같습니다.

 

혜복: 지금의 현빈 학생은 그전과 달라진 점이 많은가봐요.

현빈: 확실히 제가 희망학교에 다니고 나서부터 제 성격이라든지 모든 게 많이 바뀌었어요. 제 전환점이 바로 여기라고 말할 수 있어요. 여기 다니기 전에는 굉장히 소심해서 친구도 별로 없었고, 먼저 다가가는 것보다 남이 먼저 와서 말 걸기를 기다렸던 사람이었거든요. 배달 전화도 못 했고요. 조용히 편의점 가서 그냥 간단하게 삼각김밥이나 라면 같은 거 혼자 사 먹고 그랬는데요. 희망학교 다니고 나서 성격뿐만 아니라 행동이나 태도 등 모든 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물론 아직 소심한 면도 남아 있긴 한데, 예전보다 정말 많이 성장한 것 같고 친화력 등 성격도 많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정말 뿌듯하고 좋았습니다.

 

혜복: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어쩔 줄 모르다가, 이젠 자신감이 생겼다는 이야기군요. (네, 그런 것도 있고요.) 방금 현빈 학생이 설명한 자신은 소심하고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었는데요. 아까 모락모락에서 실습한 이야기, 그러니까 다른 사람에게 맛있는 요리를 대접하며 느끼는 뿌듯함과 감사함을 이야기한 현빈 학생은 서로 다르게 느껴져요. 다른 사람에게 더 다가가고 베푸는 모습이 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현빈: 음… 많은 배움이 있었죠. 행동이나, 소심한 면이나, 그런 하나하나가 아예 바뀌었던 시간이었어요. 여기 다니면서 많은 수업을 들었지만 희망학교 자체가, 그러니까 사람들과 수업과 시간 등 모든 게 저의 성격을 비롯한 모든 것도 변화시킨 것 같습니다.

 

혜복: 희망학교 안에서 특별히 인상적인 기억, 추억이 있나요? 이렇게 희망학교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현빈: 좀 많은데, 그래도 굳이 꼽자면 수업 중 ‘놀이연극’ 시간인데요. 거기서 아이들, 학생들, 선생님이 같이 모여서 여러 가지 놀이와 연극 등 재미있는 활동을 많이 했어요. 같은 반 말고 안 친했던 동생들, 잘 몰랐던 친구들과 다 같이 모여서 뭔가 할 수 있는 시간은 그 당시 놀이연극 시간밖에 없었거든요. 연극 시간 덕에 잘 몰랐던 형, 누나들, 친구들, 동생들과 많이 친해졌고 그때부터 같이 많이 놀았죠. 이제 놀이연극 시간은 추억이 시작된 수업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담임 선생님과 학년끼리 지내다가 놀이연극을 계기로 골고루 만나고 친해질 수 있던 것이로군요.) 아무래도 한 자리에 모여 수업하다 보니 마주칠 수밖에 없는데, 그런 자리에서 새로운 친구나 동생들을 만나 좋은 관계를 이어 나가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화목하게 수업 중인 희망학교 학생들 (사진: 희망학교 금천)


혜복: 희망학교 밖에서 현빈 학생은 어떤가요? 학교에서나, 동네에서나.

현빈: 아까 제가 언급한 이야기긴 한데, 희망학교가 편안하고 제2의 집 같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저는 확실히 희망학교 안이랑, 나가서 희망학교 밖이랑 그 사이 스타일이나 성격이 바로 많이 바뀌어요. 제가 생각해도 뭔가 좀 어이가 없으면서도 웃기기도 한데요. 여기가 굉장히 달갑다, 또 기껍다고 해야 하나? 이제 학교 끝나고 희망학교에 오면 선생님들과 학생들, 동생들이 저를 반겨주니까 거기서 또 힘이 나고요. 저녁도 먹고 수업도 하고 간식도 먹으면서 애들이랑 얘기 나누고, 선생님들과 대화도 하고요.

이렇게 같이 지내니까 학교에서 있던 스트레스나 밖에서 겪은 힘든 일로 받은 스트레스가 쌓여도 여기 착! 오면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기분이 들어서 저는 그게 가장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밖에서 느끼는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 네, 집과 희망학교에서 나오는 모습과, 학교에서의 모습이 각각 다르긴 합니다. 원래 본모습은 희망학교랑 집에서 많이 나오고, 학교나 밖에서는 약간 조용하고 과묵한 분위기로 지내고 있어요. (그 모습도 잘 어울리겠네요. 개구진 모습과 과묵한 모습 둘 다요.) 어떻게 보면 성격이 두 가지였다가, 희망학교 올 때랑 나갈 때 완전히 바뀌죠.

 

혜복: 근데 이해가 돼요. 희망학교에 초등학교반이 존재했을 시절부터 다닌 최고참이니, ‘희망학교에 오면 누가 있고 무엇이 있고 나를 어떻게 대하겠군’ 이런 식으로 예상이 되고 편안하겠어요.

현빈: 그렇죠. 그래도 오래 다녔고 소위 말하는 ‘짬밥’이 있으니까요. (그렇죠, 익숙하니까요. 그리고 모두 현빈 학생을 좋아하고 예뻐해줄 것 같아요.) 하하하, 실제로도 저를 많이 좋아하고 예뻐해주고 계십니다.

 

혜복: 이 질문은 조금 조심스러운데, 혹시 희망학교 친구들과 다툰 적도 있나요?

현빈: 제가 처음 왔을 땐 다 나이차 많이 나는 형, 누나들만 있었고 그때의 저는 엄청 소심한 데다 그 형, 누나들과 만날 일이 별로 없으니 아주 조용하게 지냈는데요. 올라와서도 점점 친해지고 서로를 잘 아니까 친구들과도 크게 싸웠던 적이 없네요. 오히려 다툼이 있을 때 제가 중재 역할을 많이 했지요.

 

혜복: 선생님 입장에서도 현빈 학생처럼 희망학교를 돕는 학생에게 참 고맙겠어요. 이렇게 멋진 현빈 학생의 진로 이야기를 이어서 해볼게요. 아까 요리에 관심이 있어서 금맹탈출 프로젝트에 신청했다고 했는데, 진로는 요리 말고 미디어 쪽으로 생각 중이라고 했죠?

현빈: 네. 요리는 취미이고, 저는 생각하는 본업이 따로 있죠. 아까 말씀드렸듯 지금 특성화고를 다니고 있는데 그 중 미디어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어요. (그래서 인터뷰 방식이 당연히 영상일 거라고 생각한 거군요. 미디어 분야도 다양한데 어떤 분야로 갈 예정인가요?) 저는 일단 편집을 주 종목으로 맡고 있고, 요즘은 촬영도 배우고 있습니다. (근데 공통점이 보이네요. 창의적인 사람이 요리를 잘한다잖아요.) 아하하,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기분 좋네요. (요리가 뭐 하나 실수하면 결과물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게 영상과 비슷하잖아요.) 네, 맞아요.

 

혜복: 하고 싶은 일이 미디어 분야라면 아까 현빈 학생의 말처럼 차곡차곡 저축하고 장비도 사고 경제자립을 준비해야 하잖아요. 졸업 후엔 어떻게 할 계획인가요?

현빈: 저는 우선 어렸을 때부터 세운 계획이 있는데요, 고등학교 입학하고 원하는 꿈과 적성을 찾은 다음 그 꿈을 위한 대학으로 진학하려구요. 대학 다니면서는 알바, 일, 작업을 하다가 대학 졸업 후에는 영상 관련한 일로 취업할 생각입니다.

 

혜복: 그래도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희망학교의 학생 아닌 어른이 되는 일이라 생각이 많아질 것 같아요.

현빈: 아무래도 그렇죠. 희망학교를 떠나는 날이라. 좀 착잡한 마음이 들긴 하는데요. 아쉽기도 하고요. 솔직히 희망학교가 없었다면 지금 제 모습, 그리고 지금의 저라는 존재가 없었을 수도 있죠. 이렇게 많이 활기차고 활발한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지 못했을 것 같은데요. 희망학교를 다니면서 좋은 사람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만큼 많이 성장했으니까 이것도 저에게 큰 선물이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혜복: 희망학교에서 다른 사람을 대하는 법이나 서로 친해지고 화해하고 규칙을 세우는 법을 익혔잖아요. 희망학교를 떠나 어른이 되었을 때, ‘나는 어떤 어른이 될 수 있겠구나’하는 자신감을 얻었겠어요.

현빈: 저는 항상 예전부터 생각한 말이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는, 그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말을 듣고 ‘그래, 그래. 가만히 있자. 가만히 있으면 뭐 중간이라도 가겠지’, 이런 마음으로 중학교 3학년 때까지 계속 믿고 실천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다르죠. ‘일단 지금처럼 활발하게만 가도 중간 이상은 가겠다’고 생각해요. (어머, 이전과는 생각이 바뀌었네요.) 그런가요? 근데 사실 둘 다 맞는 말인 것 같긴 해요. 지금처럼 활발한 모습을 잘 유지하고, 인간관계도 좀 더 잘 정리하고, 그리고 평소대로 자신을 믿고 더 열정적으로 하면 성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혜복: 현빈 학생, 달라진 지금의 자기 모습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는 것처럼 보여요.

현빈: 네.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저 자신이.

 

혜복: 마지막, 인터뷰 공통 질문입니다. ‘나는 OOO 청소년이다’로 자신을 소개한다면 어떻게 말하고 싶은가요?

현빈: ‘나는 반딧불 같은 청소년이다.’

이 반딧불 자체는 굉장히 작고 조그맣지만, 항상 어디서든 밝은 빛을 지니고 있고요. 어두운 공간 속에서 이 반딧불도 한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가 같이 모인다면 더 커지고, 그 큰 빛으로 태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일단 이 사회는 아직 무섭고 크지만, 저 자신 속에서 반딧불처럼 항상 언제든 빛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이 빛나는 마음을 갖고 세상을 더 밝고 유쾌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네, 이상입니다.

 

프로젝트 종료 후 서로를 응원하고 축하하는 희망학교 금천 선생님과 학생들 (사진: 희망학교 금천)


자신의 생각을 말로 잘 정리해서 그 깊이를 공유해준 현빈 학생에게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현빈 학생의 가능성, 꿈, 재능이 희망학교 금천이라는 좋은 공간을 만나 편안하게 펼쳐질 수 있던 지난 시간 모두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반딧불은 작지만 그 아름다운 빛은 어둠 속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만큼, 감출 수 없는 현빈 학생의 자신감도 어디서든 찬란하게 빛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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