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법인 사랑의힘은 청소년을 아끼고 진심으로 존중하는 멋진 종사자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달마다 한 명씩, 산하기관 종사자를 만나 그 이야기를 전하려 합니다. |
4월의 첫 인터뷰는 희망학교 금천의 조진주 생활복지사님(지역연계팀장 겸임, 이하 진주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진주 선생님은 청소년을 언급할 때마다 절로 ‘우리 애들, 아이들’이라며 싱글벙글 웃음지을만큼, 맡은 청소년을 사랑하고 살뜰히 보듬는 분입니다. 지역과 연대사업을 위해 맡으신 일도 척척 해내셨죠.
첫 직장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만큼 모든 일을 멋지게 해낸 진주 선생님은 이제 새 출발을 위해 희망학교 금천을 떠나게 되었는데요, 그간의 노고를 기리고 아름다운 작별을 하고자 법인에서 찾아뵈었습니다.

진주 선생님이 일하는 희망학교 금천 (사진:사랑의힘)
Q. 안녕하세요! 인터뷰로 처음 만날 독자들과 후원회원님을 위해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CLC희망학교 금천 지역아동센터(이하 희망학교 금천)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진주입니다. 작년(2024년) 7월에 입사해, 어느덧 일한 지 10개월차입니다.
Q. 진주 선생님은 희망학교 금천에서 어떤 일을 하셨나요?
A. 희망학교는 청소년 대상으로 운영하고, 담임제로 청소년을 인솔하고 관리해요. 저는 중학교 1-2학년 아이들 담임을 맡고 있어요. 그리고 행정운영을 위해 각 종사자가 역할을 맡고 있는데, 저는 지역연계팀장으로 금천지역아동센터연합회에 참여하고, 부모교육, 체험활동, 기관 송년회, 물품 지원, 도서와 후원 관리, 비품 관리, 홍보 채널 운영 등 다양한 업무를 해왔어요.
Q. 우와, 10개월 동안 정말 많은 일을 하셨네요! 이토록 다양하게 맡으신 일 중, 주로 시간을 쓰거나 더욱 공들이는 일은 무엇인가요?
A. 뭐니뭐니해도 담임 역할에 시간을 가장 많이 들여요. 아이 한 명 한 명마다 모두 특성이 다르고, 각자 원하는 것도 다르거든요. 그러면 이제 서로서로 조율하며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이야기도 많이 듣고 신경을 쓰게 되어요. 특히 라포(상호 신뢰와 공감) 형성을 위해 제일 공을 들이죠. 라포 형성을 위해 저희 집에 초대해서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낸 적도 있어요. (진주 선생님 집에 청소년을 초대해 같이 놀고, 식사도 하고요?) 네, 그럼요. (어떻게 집에 초대하게 되었나요?) 제가 담임을 맡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먼저 아이들이 제 집을 엄청 궁금해 하더라고요. 집은 돈도 안 쓰면서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요. 계속 ‘집에 가요, 집에 가요’ 해서 초대했는데 막상 집에 데려오고 나니 참 좋아서, ‘집이 더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집이 좁아 여럿이 놀기엔 불편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좋았어요.
물론 소소한 에피소드도 많았어요. 저희 집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눕고, 소파에 콜라를 쏟고… 당시엔 놀라 소리지르고 같이 황급히 치우는 등 온갖 난리로 법석이었는데, 막상 모임 마치고 각자 집에 보내고 나니 제 집이 너무 허전해보였어요. 그래서 역시 사람의 온기란 참 중요하구나, 하고 느꼈어요. (아하하하, 이야기만 듣는데도 재미있고 북적북적하네요. 점심도 같이 먹었어요?) 그때 뭐 먹고 싶은지 물어보니 ‘라면 먹고 싶어요’라기에 라면 끓여먹고, 치킨도 시켜 먹고, 저희 집 강아지와 같이 놀기도 하고,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아이들은 영화 보고, 그렇게 먹고 놀고 쉬고 하다가 보드게임 카페에 가서 더 놀고 갔죠. 그때 기억이 참 좋았나 봐요, 이후로도 제게 계속 ‘언제 또 집에 가요? 언제 또 집에 가요?’라고 묻더라구요. 물론 ‘안 돼, 더이상 안 돼. 너희들 잘하면 갈 거야’라고 대답했지요.
Q. 지역연계팀장으로 일하시는 건 어땠나요?
A. 담임과 마찬가지로 이 일도 제가 적극적이어야 했어요. 아무래도 다른 지역아동센터 선생님과 센터장님을 뵙는 일이기에 제가 좀더 다가가고 참여해야 우리 희망학교 금천을 더 알릴 수 있으니까요.
Q. 아무래도 담임 이야기를 할 때 더 즐거워 보이네요. 원래 청소년을 좋아하고 예뻐하셨나요?
A. 제 친언니는 유치원 선생님이에요. 어릴 적부터 언니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자주 봤기에 영향을 받았죠.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정말 귀엽고, 예쁘고, 돌봐주고 같이 노는 게 재미있던 그 마음이 쭉 왔어요. 아이들의 밝고 순수한 에너지에 그때도 지금도 큰 힘을 얻어요. 모든 아이는 정말 순수한 영혼이고 밝아요. 가끔 욕하는 정도의 말썽은 성장 단계의 일이고, 적절하게 제지한다면 원래의 예쁜 모습으로 돌아와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정말 귀여워요. (진주 선생님, 말씀하시는 내내 입가에 웃음이 걸려 있어요. 그렇게도 예쁘세요?) 그럼요. 커가면서 생각이 바뀌고 의젓해지는 것도 보이거든요.
처음 맡은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이 커서 올해 2학년이 되고, 새로 중학교 1학년도 들어왔어요. 그러니 먼저번 아이들이 이제 2학년이라며 형·누나 노릇하고 신입생을 돕는 거예요. 이것저것 알려주고, 자길 따라 하라며 규칙을 잘 따르라고 하는 것도 어찌나 귀여운지요. 막 웃으면서 너희 1학년 때는 기억 안 나냐고 장난으로 묻기도 했어요. (화장실은 여기 있고, 문구는 저기 있고, 이런 역할이군요?) 네, 맞아요.
Q. 청소년이 잘 어울리도록 신경쓰는 일도 중요하겠네요.
A. 오래 다닌 아이들이 많고 서로서로 잘 알아, 무리도 있고 끼리끼리 놀기도 해요. 하지만 같이 어울릴 때는 함께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야외 활동을 많이 해요. 술래잡기, 경찰과도둑 놀이도 하고 ‘선생님, 저희 열 바퀴 뛸 건데 같이 뛸래요?’라며 제안하면 저도 같이 뛰고. 그렇게 몸으로 놀아주는 편이에요. 실내에서 놀 땐 끼리끼리 똘똘 뭉치게 되는데, 밖에 나가서 놀면 다같이 어울리며 놀아요.
저도 어릴 땐 그야말로 말괄량이였거든요. 노는 걸 워낙 좋아해 이래저래 다친 적도 많았고요. 집에 가만히 있기보단 밖에서 뛰어노는 게 즐거웠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노는 시간이 부족해요’라면 한층 와닿고 이해돼요. (정말 진주 선생님의 경험에서 우러난 노하우네요.) ‘나는 이런 게 좋았는데’하는 활동을 아이들과 하는 거죠.
아이들은 제가 많이 움직여야 좋아해요. 그래야 아이들도 저와 활동할 마음도 커지고 다시 하고 싶어지니까요. 저 자신이 먼저 아이들과 함께하며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지치거나 재미없어 하면 확실히 애들이 그 분위기를 금세 알아채고, 잘 따라오지 않더라고요.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아이 한 명 한 명을 관찰하며 관심을 기울여요. 작은 행동 하나라도 칭찬하고 인정해주고, ‘넌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바로 제가 아이들과 가까워지는 큰 비결이에요. 항상 밝은 모습을 유지하는 법은 신남호 센터장님을 보며 배웠어요.


아이들을 위해 진주 선생님이 직접 장식한 희망학교 금천 실내 할로윈 기념물(사진:사랑의힘)
Q. 이렇게 출중한 진주 선생님이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원래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셨나요?
A. 제 첫 직장은 소방설계업체였어요. 5년 동안 모니터만 보고 설계 업무만 기계처럼 했는데 저의 적성이나 체질과는 안 맞는다고 느꼈어요. 내 20대 청춘을 이렇게 모니터 앞에서 보내야 하나, 내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곧바로 아이들이 떠올랐어요. 원래 저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관계맺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라, 누군가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며 교감하는 일을 더 보람있게 느껴왔어요. 그래서 기왕이면 아이들과 함께하며 의미도 있는 일을 하려고 사회복지사 공부 후 희망학교 금천에 오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참 특별해요. 소중한 순간순간이 쌓이고, 지금은 ‘이 길이 진정 내 길이구나’라고 새삼 느껴요. 그때 아이들과 함께하기로 한 제 선택은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라고 확신해요!
사회복지 실습을 초등학생 지역아동센터에서 했는데, 그 연령대에겐 ‘안 돼’라고 말하면 바로 수용하더라구요. 근데 청소년은 ‘왜 안 돼요? 이건 왜요? 저건 왜요?’ 항상 모든 것에 물음표가 있어요. 처음엔 ‘안 되는데 이유가 어디 있니’라 하려다 좋은 답변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이건 이래서 안 되는 거고, 저렇게 하면 너에게 좋은 것이라 네게 시키는 거야’로, 모든 것을 할 때 차근차근 설명하고 이해를 돕는 과정이 생겼어요. 아이들이 관심을 갖게 하려면 역시 제가 먼저 말을 많이 해야 아이들도 마음을 열더라고요. 뭐가 궁금하니, 뭐가 문제니, 어떻게 된 거니, 하며 제가 먼저 묻죠. 말하기 힘들어하는 애들은 잠시 기다려주고요. 말하기 좋아하는 애들은 먼저 얘기하니까 저도 재미있게 듣고 그 아이도 좋아하고요.

교육을 준비하며 미리 긴 시간 동안 토의하는 진주 선생님 (사진:희망학교 금천)
Q. 각자 특성대로 대하는군요. 유독 기억에 남거나, 더 정성들여 챙긴 경우도 있나요?
A. 말을 전혀 안 하려던 아이가 생각나요. 불리하거나 곤란한 상황엔 입을 꾹 닫고 울기만 해서 정말 막막했어요. 처음엔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계속 마음을 안 여는 것처럼 보여서, 안 하고 싶다고 요구하면 수업도 활동도 빼주는 등 맞춰주었는데, 오히려 아무것도 안 하려는 상황은 반복되었죠. 방향을 바꿨어요. 무조건 도전하게 하고, 결과보단 시도한 그 자체를 칭찬해 줬어요. ‘일단 해봐야 돼. 과정이나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네가 ‘했다’는 게 중요하니 일단 해 보자’며 다독였죠. 행동에 아주 조그만 변화가 있어도 바로 인정하고 격려했어요.
‘거봐, 네가 했더니 바뀌었잖아. 대단하다’라 칭찬하며 더 도전하게 밀어주고, 다시 격려하고. 이제는 조금씩 마음을 열고 불편한 점도 말로 표현해요. 수업하기 정말 싫어했던 아이였는데 먼저 수업하러 가고, 듣고 나와선 ‘선생님, 저 잘했죠?’라 해요. 자신감도 생기고, 변화하는 모습에 ‘봐, 할 수 있잖아!’라고 칭찬해 줘요. 저 역시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고 이런 변화 과정을 보는 게 정말 좋아요.
Q. 이렇게 행복한 기억을 많이 공유해주셨는데, 어려운 질문 드려야겠네요. 왜 그만두시는지 여쭤도 될까요?
A. 제가 오는 6월에 결혼하면서, 먼 지역으로 이사가요. 정말 아쉬운 마음이 그득그득한데, 어쩔 수 없죠. (결혼 축하드려요! 아이고, 그런데 시무룩해졌어요.) 네, 정말정말 아쉬워요. 떠나도 이곳을 못 잊을 거예요. 좋은 에너지도 많이 받고, 좋은 사람들, 좋은 선생님들도 만났고. 예쁘고 좋은, 밝은 아이들도 만나서 정말 행복하고 뜻깊은 직업이라 생각해요. 기회만 된다면 다시 아이들, 청소년과 만나는 일을 계속 하고 싶어요.
특히 저는 아직 이 멋진 일을 배워가는 중이고, 20대이고, 체력도 열정도 있으니 공백이 길지 않길 바라요. (이렇게 정이 깊게 들어 떠나기 아쉽겠어요.) 어제(4월 3일)도 아이들에게 제가 4월까지만 일한다니, 순간 저도 눈물이 핑 돌고 아이들도 같이 슬퍼하더라구요. 물론 어떤 아이들은 ‘그럼 이제 더 예쁜 선생님 와요?’라거나 ‘선생님한테 더 맛있는 거 사달래야지, 집에 또 가야지, 괴롭혀야지’라며 장난치는데, 아마 울지 말라고 더 그런 것 같아요. 그 모습도 귀엽더라구요. 잠시 울컥했다가 눈물이 쏙 들어갔어요.
하지만 여전히 미안한 마음도 들어요. 희망학교에서 선생님이 자주 바뀌니까 애들도 새 선생님께 정을 붙이기엔 상처가 있더라구요. 처음 저와 인사할 때도 ‘선생님도 잠깐 있다가 금방 가실 거잖아요’라는 등, 작별을 슬퍼하는 아이들인데 막상 제가 떠나서 너무 미안한 거예요. 그래서 비록 가더라도, 남아있는 동안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걸 훨씬 최선을 다해 더 많이, 같이 하자고 말했어요.
Q. 진주 선생님이 일하시는 동안 가장 어렵고 힘든 순간은 어쩌면 헤어짐을 앞둔 순간인 것 같네요.
A. 생각해 보면 정말 힘든 기억보다, 아이들이 말을 안 듣는다거나 못되게 한 기억보다 오히려 아이들의 말과 행동으로 저를 포함한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고 웃게 한 기억이 훨씬 많아요. 비행 사례도 있었지만 힘들지 않았어요. 그건 고민거리지, 힘들 일은 아니었거든요. 다 괜찮았고 재미있었어요. 지금 일과 직장에 한층 애정도 깊어지고, 동료 선생님들도 정말 좋았고, 업무 환경도 좋아서 저는 정말 다 좋았어요.
Q. 잠깐 비행 이야기를 하셨는데, 진주 선생님은 청소년이 잘못해도 성장 과정으로 이해하시려는 면모가 참 좋은 것 같아요. 요즘은 청소년을 더욱 엄혹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잖아요.
A. 잘못된 것을 잘못했다고 이야기하는데, 아이들이 주눅들기 전까지 설명해요. 왜 그랬는지 묻고, 왜 안 되는지 설득하고, ‘네가 생각해도 그렇게 하면 좋은 행동일까’ 물으면 아이들도 ‘아니요’라 답해요. 본인이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그럼에도 절대 말을 듣지 않을 때 더 강하게 대하죠. 그 정도로 엄청 화낸 적은 없지만요. (속상하진 않았나요?) 속상한 마음이 들 때마다 동료 선생님들이 있었죠. 힘이 되어주셨고, 그럼 혼자가 아니니까 하루 만에 다시 털고 일어나 아이들을 만났어요. 그런 과정들도 모두 제게 도움이 되는 일들이라 정말 사실 좋은 기억밖에 없어요. 전에는 제 적성에 맞지 않으니 야근하는 날엔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나’, 이런 마음이 들었는데 지금은 정말 즐겁게 야근해요. 이거 이렇게 바꿔볼까? 저렇게 바꿔볼까? 하면서 일을 더 많이 만들어가는데도 전혀 힘들지가 않았어요. 그저 재미있고, 이런 것 저런 것도 있다며 알아가는 재미가 컸어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사진으로 고르라 부탁드리니 2024년 송년회 사진을 골라주셨어요.
A. 송년회 준비에 가장 손이 많이 갔는데, 그때 사진들을 보면 아이들이 다 웃고 있거든요. 사진 찍히기 싫어하는 아이들마저도 손하트 등 여러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어요. 역시 내가 이렇게 신경을 많이 쓰고 마음을 주면 확실히 되돌아오는 마음도 있다고 느끼죠.
진주 선생님이 최고의 순간으로 꼽은 2024 희망학교 금천 송년회 (사진:희망학교 금천)
사실 선생님들도 고생했지만 아이들이 굉장히 고생했거든요. 이번 송년회는 무대에서 연극을 했기에, 음향도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연기도 하고, 모집 포스터까지 직접 만들었어요. 완성도를 위해 주말에도 나와서 연습했고요. 이런 과정들과 모두의 노력이 함께 성과를 냈을 때 가장 표정이 밝았어요. 부모님들도 많이 보러 오시고, 선생님들도 함께하셨기에 가장 뜻깊은 행사로 기억해요. (아이고, 진주 선생님은 정말 청소년의 마음이 1순위로군요. ‘나’의 기억에 남는 순간을 고를 수도 있는데 모든 아이들이 행복해한 순간을 가장 소중하게 고르시다니요.) 어쨌든 여기 오면 당연히 아이들이 우선이지 않을까요? 모든 선생님들이 다 그럴 것 같아요. 저희 희망학교는 또 담임제니까 선생님들도 더욱 아이들에게 신경쓰게 될 거예요.
Q. 슬슬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네요. 공통 질문 드릴게요.
청소년과 만나는 여러 어른들이 있지요. 청소년 때문에 힘들어 하기도, 청소년을 오해하기도 하고, 청소년과 어색하게 지내기도 해요. 그런 분들의 가슴에 사랑이 넘치도록, 진주 선생님이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아래 중에서 골라주세요.
-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산하기관 종사자들에게
- 청소년 자녀를 대하는 부모들에게
- 청소년을 만나는 동네 주민들에게
- 청소년을 직접 만나지 못하는 후원회원에게
A. 미리 질문지를 주신 덕분에 하고 싶은 말을 좀 정리해왔어요. 저는 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모든 산하기관 종사자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역시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청소년들이 더 행복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우리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함께 힘내요.
에너지 잃지 마시고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입니다!

사랑의힘 신입 종사자 교육에서 동기들과 즐거워하는 진주 선생님 (사진:사랑의힘)
Q. 진주 선생님을 뒤이어 희망학교 금천에 오실 새 선생님께 남기고픈 말씀이 있을까요?
A. 아이들이 이따금 못되게 말하고 틱틱대도, 실제론 그렇게 못된 애들이 아니고 많이 여린 아이들이에요. 혼냈을 때 바로 눈치보는 모습이 보이거든요. 그럼 정말 마음이 아프고요. 그냥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듬어주면 좋겠어요. 선생님이 많이 표현하면 아이들도 알아주는 때가 있으니, 많이 표현하고, 나가 놀고, 교류하고, 공부만 시키는 시간에도 가끔 들어와 옆에서 봐주면서 잘한다고 칭찬하고. 이런 조그마한 관심을 많이 가질수록 아이들과 빨리 친해지지 않을까요? 그리고 중학교 1학년과 2학년 아이들은 활동적인 것을 좋아해서, 바쁘실지언정 밖에 많이 나가시고, 주말에도 한 번쯤 나와서 같이 시간 보내면 한층 더 좋은 관계를 오래오래 깊게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Q. 마지막 공식 질문입니다! ‘나는 'OOO' 어른이다’라는 말로 진주 선생님을 표현한다면 빈 칸엔 뭐라 쓰고 싶나요?
A. “나는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어른’이다.”
제 일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지만, 사실은 저 역시 아이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저는 앞으로도 아이들과 함께 웃고 배우고 성장하며, 진짜 어른이 되어가고 싶습니다.
인터뷰 내내, 종사자 인터뷰로 처음 만난 분이 조진주 선생님이라 참 좋았다고 끄덕이게 되었답니다. 비록 이번에 아쉬운 이별을 하지만, 멀리서도 진주 선생님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어른으로 살아가며 사랑의 힘을 널리널리 전하시리라 믿어요.
독자님도, 후원회원님도 진주 선생님의 미래를 축복하고 응원해주세요!
(정리 : 이혜복)
진주 선생님의 후임이 되어주세요(채용공고)
4월의 첫 인터뷰는 희망학교 금천의 조진주 생활복지사님(지역연계팀장 겸임, 이하 진주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진주 선생님은 청소년을 언급할 때마다 절로 ‘우리 애들, 아이들’이라며 싱글벙글 웃음지을만큼, 맡은 청소년을 사랑하고 살뜰히 보듬는 분입니다. 지역과 연대사업을 위해 맡으신 일도 척척 해내셨죠.
첫 직장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만큼 모든 일을 멋지게 해낸 진주 선생님은 이제 새 출발을 위해 희망학교 금천을 떠나게 되었는데요, 그간의 노고를 기리고 아름다운 작별을 하고자 법인에서 찾아뵈었습니다.
진주 선생님이 일하는 희망학교 금천 (사진:사랑의힘)
Q. 안녕하세요! 인터뷰로 처음 만날 독자들과 후원회원님을 위해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CLC희망학교 금천 지역아동센터(이하 희망학교 금천)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진주입니다. 작년(2024년) 7월에 입사해, 어느덧 일한 지 10개월차입니다.
Q. 진주 선생님은 희망학교 금천에서 어떤 일을 하셨나요?
A. 희망학교는 청소년 대상으로 운영하고, 담임제로 청소년을 인솔하고 관리해요. 저는 중학교 1-2학년 아이들 담임을 맡고 있어요. 그리고 행정운영을 위해 각 종사자가 역할을 맡고 있는데, 저는 지역연계팀장으로 금천지역아동센터연합회에 참여하고, 부모교육, 체험활동, 기관 송년회, 물품 지원, 도서와 후원 관리, 비품 관리, 홍보 채널 운영 등 다양한 업무를 해왔어요.
Q. 우와, 10개월 동안 정말 많은 일을 하셨네요! 이토록 다양하게 맡으신 일 중, 주로 시간을 쓰거나 더욱 공들이는 일은 무엇인가요?
A. 뭐니뭐니해도 담임 역할에 시간을 가장 많이 들여요. 아이 한 명 한 명마다 모두 특성이 다르고, 각자 원하는 것도 다르거든요. 그러면 이제 서로서로 조율하며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이야기도 많이 듣고 신경을 쓰게 되어요. 특히 라포(상호 신뢰와 공감) 형성을 위해 제일 공을 들이죠. 라포 형성을 위해 저희 집에 초대해서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낸 적도 있어요. (진주 선생님 집에 청소년을 초대해 같이 놀고, 식사도 하고요?) 네, 그럼요. (어떻게 집에 초대하게 되었나요?) 제가 담임을 맡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먼저 아이들이 제 집을 엄청 궁금해 하더라고요. 집은 돈도 안 쓰면서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요. 계속 ‘집에 가요, 집에 가요’ 해서 초대했는데 막상 집에 데려오고 나니 참 좋아서, ‘집이 더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집이 좁아 여럿이 놀기엔 불편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좋았어요.
물론 소소한 에피소드도 많았어요. 저희 집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눕고, 소파에 콜라를 쏟고… 당시엔 놀라 소리지르고 같이 황급히 치우는 등 온갖 난리로 법석이었는데, 막상 모임 마치고 각자 집에 보내고 나니 제 집이 너무 허전해보였어요. 그래서 역시 사람의 온기란 참 중요하구나, 하고 느꼈어요. (아하하하, 이야기만 듣는데도 재미있고 북적북적하네요. 점심도 같이 먹었어요?) 그때 뭐 먹고 싶은지 물어보니 ‘라면 먹고 싶어요’라기에 라면 끓여먹고, 치킨도 시켜 먹고, 저희 집 강아지와 같이 놀기도 하고,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아이들은 영화 보고, 그렇게 먹고 놀고 쉬고 하다가 보드게임 카페에 가서 더 놀고 갔죠. 그때 기억이 참 좋았나 봐요, 이후로도 제게 계속 ‘언제 또 집에 가요? 언제 또 집에 가요?’라고 묻더라구요. 물론 ‘안 돼, 더이상 안 돼. 너희들 잘하면 갈 거야’라고 대답했지요.
Q. 지역연계팀장으로 일하시는 건 어땠나요?
A. 담임과 마찬가지로 이 일도 제가 적극적이어야 했어요. 아무래도 다른 지역아동센터 선생님과 센터장님을 뵙는 일이기에 제가 좀더 다가가고 참여해야 우리 희망학교 금천을 더 알릴 수 있으니까요.
Q. 아무래도 담임 이야기를 할 때 더 즐거워 보이네요. 원래 청소년을 좋아하고 예뻐하셨나요?
A. 제 친언니는 유치원 선생님이에요. 어릴 적부터 언니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자주 봤기에 영향을 받았죠.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정말 귀엽고, 예쁘고, 돌봐주고 같이 노는 게 재미있던 그 마음이 쭉 왔어요. 아이들의 밝고 순수한 에너지에 그때도 지금도 큰 힘을 얻어요. 모든 아이는 정말 순수한 영혼이고 밝아요. 가끔 욕하는 정도의 말썽은 성장 단계의 일이고, 적절하게 제지한다면 원래의 예쁜 모습으로 돌아와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정말 귀여워요. (진주 선생님, 말씀하시는 내내 입가에 웃음이 걸려 있어요. 그렇게도 예쁘세요?) 그럼요. 커가면서 생각이 바뀌고 의젓해지는 것도 보이거든요.
처음 맡은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이 커서 올해 2학년이 되고, 새로 중학교 1학년도 들어왔어요. 그러니 먼저번 아이들이 이제 2학년이라며 형·누나 노릇하고 신입생을 돕는 거예요. 이것저것 알려주고, 자길 따라 하라며 규칙을 잘 따르라고 하는 것도 어찌나 귀여운지요. 막 웃으면서 너희 1학년 때는 기억 안 나냐고 장난으로 묻기도 했어요. (화장실은 여기 있고, 문구는 저기 있고, 이런 역할이군요?) 네, 맞아요.
Q. 청소년이 잘 어울리도록 신경쓰는 일도 중요하겠네요.
A. 오래 다닌 아이들이 많고 서로서로 잘 알아, 무리도 있고 끼리끼리 놀기도 해요. 하지만 같이 어울릴 때는 함께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야외 활동을 많이 해요. 술래잡기, 경찰과도둑 놀이도 하고 ‘선생님, 저희 열 바퀴 뛸 건데 같이 뛸래요?’라며 제안하면 저도 같이 뛰고. 그렇게 몸으로 놀아주는 편이에요. 실내에서 놀 땐 끼리끼리 똘똘 뭉치게 되는데, 밖에 나가서 놀면 다같이 어울리며 놀아요.
저도 어릴 땐 그야말로 말괄량이였거든요. 노는 걸 워낙 좋아해 이래저래 다친 적도 많았고요. 집에 가만히 있기보단 밖에서 뛰어노는 게 즐거웠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노는 시간이 부족해요’라면 한층 와닿고 이해돼요. (정말 진주 선생님의 경험에서 우러난 노하우네요.) ‘나는 이런 게 좋았는데’하는 활동을 아이들과 하는 거죠.
아이들은 제가 많이 움직여야 좋아해요. 그래야 아이들도 저와 활동할 마음도 커지고 다시 하고 싶어지니까요. 저 자신이 먼저 아이들과 함께하며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지치거나 재미없어 하면 확실히 애들이 그 분위기를 금세 알아채고, 잘 따라오지 않더라고요.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아이 한 명 한 명을 관찰하며 관심을 기울여요. 작은 행동 하나라도 칭찬하고 인정해주고, ‘넌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바로 제가 아이들과 가까워지는 큰 비결이에요. 항상 밝은 모습을 유지하는 법은 신남호 센터장님을 보며 배웠어요.
아이들을 위해 진주 선생님이 직접 장식한 희망학교 금천 실내 할로윈 기념물(사진:사랑의힘)
Q. 이렇게 출중한 진주 선생님이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원래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셨나요?
A. 제 첫 직장은 소방설계업체였어요. 5년 동안 모니터만 보고 설계 업무만 기계처럼 했는데 저의 적성이나 체질과는 안 맞는다고 느꼈어요. 내 20대 청춘을 이렇게 모니터 앞에서 보내야 하나, 내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곧바로 아이들이 떠올랐어요. 원래 저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관계맺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라, 누군가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며 교감하는 일을 더 보람있게 느껴왔어요. 그래서 기왕이면 아이들과 함께하며 의미도 있는 일을 하려고 사회복지사 공부 후 희망학교 금천에 오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참 특별해요. 소중한 순간순간이 쌓이고, 지금은 ‘이 길이 진정 내 길이구나’라고 새삼 느껴요. 그때 아이들과 함께하기로 한 제 선택은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라고 확신해요!
사회복지 실습을 초등학생 지역아동센터에서 했는데, 그 연령대에겐 ‘안 돼’라고 말하면 바로 수용하더라구요. 근데 청소년은 ‘왜 안 돼요? 이건 왜요? 저건 왜요?’ 항상 모든 것에 물음표가 있어요. 처음엔 ‘안 되는데 이유가 어디 있니’라 하려다 좋은 답변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이건 이래서 안 되는 거고, 저렇게 하면 너에게 좋은 것이라 네게 시키는 거야’로, 모든 것을 할 때 차근차근 설명하고 이해를 돕는 과정이 생겼어요. 아이들이 관심을 갖게 하려면 역시 제가 먼저 말을 많이 해야 아이들도 마음을 열더라고요. 뭐가 궁금하니, 뭐가 문제니, 어떻게 된 거니, 하며 제가 먼저 묻죠. 말하기 힘들어하는 애들은 잠시 기다려주고요. 말하기 좋아하는 애들은 먼저 얘기하니까 저도 재미있게 듣고 그 아이도 좋아하고요.
교육을 준비하며 미리 긴 시간 동안 토의하는 진주 선생님 (사진:희망학교 금천)
Q. 각자 특성대로 대하는군요. 유독 기억에 남거나, 더 정성들여 챙긴 경우도 있나요?
A. 말을 전혀 안 하려던 아이가 생각나요. 불리하거나 곤란한 상황엔 입을 꾹 닫고 울기만 해서 정말 막막했어요. 처음엔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계속 마음을 안 여는 것처럼 보여서, 안 하고 싶다고 요구하면 수업도 활동도 빼주는 등 맞춰주었는데, 오히려 아무것도 안 하려는 상황은 반복되었죠. 방향을 바꿨어요. 무조건 도전하게 하고, 결과보단 시도한 그 자체를 칭찬해 줬어요. ‘일단 해봐야 돼. 과정이나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네가 ‘했다’는 게 중요하니 일단 해 보자’며 다독였죠. 행동에 아주 조그만 변화가 있어도 바로 인정하고 격려했어요.
‘거봐, 네가 했더니 바뀌었잖아. 대단하다’라 칭찬하며 더 도전하게 밀어주고, 다시 격려하고. 이제는 조금씩 마음을 열고 불편한 점도 말로 표현해요. 수업하기 정말 싫어했던 아이였는데 먼저 수업하러 가고, 듣고 나와선 ‘선생님, 저 잘했죠?’라 해요. 자신감도 생기고, 변화하는 모습에 ‘봐, 할 수 있잖아!’라고 칭찬해 줘요. 저 역시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고 이런 변화 과정을 보는 게 정말 좋아요.
Q. 이렇게 행복한 기억을 많이 공유해주셨는데, 어려운 질문 드려야겠네요. 왜 그만두시는지 여쭤도 될까요?
A. 제가 오는 6월에 결혼하면서, 먼 지역으로 이사가요. 정말 아쉬운 마음이 그득그득한데, 어쩔 수 없죠. (결혼 축하드려요! 아이고, 그런데 시무룩해졌어요.) 네, 정말정말 아쉬워요. 떠나도 이곳을 못 잊을 거예요. 좋은 에너지도 많이 받고, 좋은 사람들, 좋은 선생님들도 만났고. 예쁘고 좋은, 밝은 아이들도 만나서 정말 행복하고 뜻깊은 직업이라 생각해요. 기회만 된다면 다시 아이들, 청소년과 만나는 일을 계속 하고 싶어요.
특히 저는 아직 이 멋진 일을 배워가는 중이고, 20대이고, 체력도 열정도 있으니 공백이 길지 않길 바라요. (이렇게 정이 깊게 들어 떠나기 아쉽겠어요.) 어제(4월 3일)도 아이들에게 제가 4월까지만 일한다니, 순간 저도 눈물이 핑 돌고 아이들도 같이 슬퍼하더라구요. 물론 어떤 아이들은 ‘그럼 이제 더 예쁜 선생님 와요?’라거나 ‘선생님한테 더 맛있는 거 사달래야지, 집에 또 가야지, 괴롭혀야지’라며 장난치는데, 아마 울지 말라고 더 그런 것 같아요. 그 모습도 귀엽더라구요. 잠시 울컥했다가 눈물이 쏙 들어갔어요.
하지만 여전히 미안한 마음도 들어요. 희망학교에서 선생님이 자주 바뀌니까 애들도 새 선생님께 정을 붙이기엔 상처가 있더라구요. 처음 저와 인사할 때도 ‘선생님도 잠깐 있다가 금방 가실 거잖아요’라는 등, 작별을 슬퍼하는 아이들인데 막상 제가 떠나서 너무 미안한 거예요. 그래서 비록 가더라도, 남아있는 동안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걸 훨씬 최선을 다해 더 많이, 같이 하자고 말했어요.
Q. 진주 선생님이 일하시는 동안 가장 어렵고 힘든 순간은 어쩌면 헤어짐을 앞둔 순간인 것 같네요.
A. 생각해 보면 정말 힘든 기억보다, 아이들이 말을 안 듣는다거나 못되게 한 기억보다 오히려 아이들의 말과 행동으로 저를 포함한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고 웃게 한 기억이 훨씬 많아요. 비행 사례도 있었지만 힘들지 않았어요. 그건 고민거리지, 힘들 일은 아니었거든요. 다 괜찮았고 재미있었어요. 지금 일과 직장에 한층 애정도 깊어지고, 동료 선생님들도 정말 좋았고, 업무 환경도 좋아서 저는 정말 다 좋았어요.
Q. 잠깐 비행 이야기를 하셨는데, 진주 선생님은 청소년이 잘못해도 성장 과정으로 이해하시려는 면모가 참 좋은 것 같아요. 요즘은 청소년을 더욱 엄혹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잖아요.
A. 잘못된 것을 잘못했다고 이야기하는데, 아이들이 주눅들기 전까지 설명해요. 왜 그랬는지 묻고, 왜 안 되는지 설득하고, ‘네가 생각해도 그렇게 하면 좋은 행동일까’ 물으면 아이들도 ‘아니요’라 답해요. 본인이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그럼에도 절대 말을 듣지 않을 때 더 강하게 대하죠. 그 정도로 엄청 화낸 적은 없지만요. (속상하진 않았나요?) 속상한 마음이 들 때마다 동료 선생님들이 있었죠. 힘이 되어주셨고, 그럼 혼자가 아니니까 하루 만에 다시 털고 일어나 아이들을 만났어요. 그런 과정들도 모두 제게 도움이 되는 일들이라 정말 사실 좋은 기억밖에 없어요. 전에는 제 적성에 맞지 않으니 야근하는 날엔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나’, 이런 마음이 들었는데 지금은 정말 즐겁게 야근해요. 이거 이렇게 바꿔볼까? 저렇게 바꿔볼까? 하면서 일을 더 많이 만들어가는데도 전혀 힘들지가 않았어요. 그저 재미있고, 이런 것 저런 것도 있다며 알아가는 재미가 컸어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사진으로 고르라 부탁드리니 2024년 송년회 사진을 골라주셨어요.
A. 송년회 준비에 가장 손이 많이 갔는데, 그때 사진들을 보면 아이들이 다 웃고 있거든요. 사진 찍히기 싫어하는 아이들마저도 손하트 등 여러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어요. 역시 내가 이렇게 신경을 많이 쓰고 마음을 주면 확실히 되돌아오는 마음도 있다고 느끼죠.
사실 선생님들도 고생했지만 아이들이 굉장히 고생했거든요. 이번 송년회는 무대에서 연극을 했기에, 음향도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연기도 하고, 모집 포스터까지 직접 만들었어요. 완성도를 위해 주말에도 나와서 연습했고요. 이런 과정들과 모두의 노력이 함께 성과를 냈을 때 가장 표정이 밝았어요. 부모님들도 많이 보러 오시고, 선생님들도 함께하셨기에 가장 뜻깊은 행사로 기억해요. (아이고, 진주 선생님은 정말 청소년의 마음이 1순위로군요. ‘나’의 기억에 남는 순간을 고를 수도 있는데 모든 아이들이 행복해한 순간을 가장 소중하게 고르시다니요.) 어쨌든 여기 오면 당연히 아이들이 우선이지 않을까요? 모든 선생님들이 다 그럴 것 같아요. 저희 희망학교는 또 담임제니까 선생님들도 더욱 아이들에게 신경쓰게 될 거예요.
Q. 슬슬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네요. 공통 질문 드릴게요.
청소년과 만나는 여러 어른들이 있지요. 청소년 때문에 힘들어 하기도, 청소년을 오해하기도 하고, 청소년과 어색하게 지내기도 해요. 그런 분들의 가슴에 사랑이 넘치도록, 진주 선생님이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아래 중에서 골라주세요.
A. 미리 질문지를 주신 덕분에 하고 싶은 말을 좀 정리해왔어요. 저는 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모든 산하기관 종사자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역시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청소년들이 더 행복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우리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함께 힘내요.
에너지 잃지 마시고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입니다!
사랑의힘 신입 종사자 교육에서 동기들과 즐거워하는 진주 선생님 (사진:사랑의힘)
Q. 진주 선생님을 뒤이어 희망학교 금천에 오실 새 선생님께 남기고픈 말씀이 있을까요?
A. 아이들이 이따금 못되게 말하고 틱틱대도, 실제론 그렇게 못된 애들이 아니고 많이 여린 아이들이에요. 혼냈을 때 바로 눈치보는 모습이 보이거든요. 그럼 정말 마음이 아프고요. 그냥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듬어주면 좋겠어요. 선생님이 많이 표현하면 아이들도 알아주는 때가 있으니, 많이 표현하고, 나가 놀고, 교류하고, 공부만 시키는 시간에도 가끔 들어와 옆에서 봐주면서 잘한다고 칭찬하고. 이런 조그마한 관심을 많이 가질수록 아이들과 빨리 친해지지 않을까요? 그리고 중학교 1학년과 2학년 아이들은 활동적인 것을 좋아해서, 바쁘실지언정 밖에 많이 나가시고, 주말에도 한 번쯤 나와서 같이 시간 보내면 한층 더 좋은 관계를 오래오래 깊게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Q. 마지막 공식 질문입니다! ‘나는 'OOO' 어른이다’라는 말로 진주 선생님을 표현한다면 빈 칸엔 뭐라 쓰고 싶나요?
A. “나는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어른’이다.”
제 일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지만, 사실은 저 역시 아이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저는 앞으로도 아이들과 함께 웃고 배우고 성장하며, 진짜 어른이 되어가고 싶습니다.
인터뷰 내내, 종사자 인터뷰로 처음 만난 분이 조진주 선생님이라 참 좋았다고 끄덕이게 되었답니다. 비록 이번에 아쉬운 이별을 하지만, 멀리서도 진주 선생님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어른으로 살아가며 사랑의 힘을 널리널리 전하시리라 믿어요.
독자님도, 후원회원님도 진주 선생님의 미래를 축복하고 응원해주세요!
(정리 : 이혜복)
진주 선생님의 후임이 되어주세요(채용공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