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자 스토리]어느 자리, 어느 역할로도 따사로운 김연경 후원회원 이야기

202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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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전 꿈이룸학교 학생일동에게 감사를 받고 환하게 웃음짓는 김연경 회원(사진 : 사랑의힘)


바람결에 봄내음이 묻어나는 경칩에, 김연경 후원회원을 만나 포근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안녕하세요, 인터뷰를 읽는 독자님을 위해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김연경 회원입니다. 2007년 법인 설립 시절에 이사장 역할을 맡았고, 작년에 퇴임했어요. 이제 후원회원으로 만나는 자리니까 편하게 ‘회원님’으로 불러주세요.”


Q.알겠습니다, 회원님!

 “어머, 훨씬 듣기 좋아요.”


Q.감사합니다. 요즘 후원회원으로서 하루하루는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아무래도 오랫동안 함께하다 보니 제 생활 속에서도 법인 스케줄을 예상하게 되어요. 예를 들어 연초에는 각종 법인 감사 일정과 정기 이사회, 결산작업 등으로 바쁘니 올해에도 아, 이제 한창 바쁠 때로구나 하고 짐작하게 되었죠. 공지문자나 메일이 오면 열심히 보게 되고, 이제 개학할 때로구나, 모금할 때로구나 등등 알게 되죠.


십여 년을 법인과 함께하다 보니, 뭐랄까, 장성한 자식을 독립시킨 기분이에요. 독립하게 되면 간섭하지 않고 잘 지낼 거라 믿고 지켜보게 되잖아요. 분명히 관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 관계의 이름과 형태가 달라지는 것처럼 이젠 법인을 한 발짝 떨어져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어요.”


이사장 이취임식에서 소회와 감사를 나누는 김연경 회원(사진 : 사랑의힘)


Q. 맞아요, 17년이란 시간은 한 아이가 태어나 어엿한 청소년이 되는 시간이니까요. 사랑의힘 이사장 역할을 오랫동안 맡으셨는데, 2007년의 ‘김연경’과 2025년의 ‘김연경’ 사이 달라진 점이 있나요? 

“그럼요. 첫 번째로는 세상의 소외된 이웃과 약자들에게 더 신경을 쓰게 되었어요. 사랑의힘과 산하기관이 지원하는 청소년뿐 아니라, 청년과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 모두에게 마음이 가고 내가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어요. 이건 아마 법인을 통해 다양한 사례를 만나고, 각 기관과 종사자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잘 알기 때문에 저도 닮아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


두 번째는 제게 있는 것을 여럿에게 나누는 게 당연해졌어요. 제게 있는 것은 제가 잘나서 얻은 것이라거나 제가 가진 것, 즉 ‘내가 소유한 것’이란 기분보다는 잠시 누군가가 내게 맡긴 것, 준 것이란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정말 필요한 곳에 나누는 게 당연해졌어요. 욕심이 없어지니 나의 생활을 위한 최소한도만 남기고 나누는 게 더 기쁘고 편해요.


세 번째로 달라진 것도 있네요.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감사하게 되었어요. 우리가 하는 일은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고, 그 도움으로 정말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거든요. 후원자 한 분 한 분께 모두 감사드려요.”


Q. 오랜 시간 동안 이렇게 좋은 분들을 만나고 함께하셨을 텐데,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은 분이 계신가요?

“2015년에, 지금 법인 건물을 마련하고 리모델링하고 공간을 꾸미는 과정은 정말 힘들었어요. 그때 법인을 돕기 위해 나서고, 사무국을 꾸리고 키우는 과정에 애써주신 분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이 커요. 


사랑의힘 건물 공사를 위해 둘러보는 (인물 중 제일 왼쪽) 김연경 회원(사진 : 사랑의힘)


산하기관에도 종사자들이 얼마나 애써주시던가요. 저는 종사자들이 지금보다 더 존중받고 긍지를 가질 수 있다면 좋겠어요. 종사자들의 헌신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없어요. 가장 어려운데서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일을 하는 분들인 걸요. 종사자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법인도, 잘 자란 청소년들도 없었을 거예요.”


Q. 회원님께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은 언제였나요?

“아무래도 2015년도 지금 영등포에 사랑의힘 법인의 공간을 마련한 때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공간을 법인 사업의 쓰임새에 맞게 리모델링하고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새로운 사업을 함께 고민해야 했던 시기였는데 힘들었던만큼 보람도 커서 더더욱 잊을 수가 없어요. 일을 진행하면서 막막했던 적도 있고 선택의 순간에 무엇이 더 나은 결정일까 고민도 많았는데 그때마다 필요한 분들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선의를 품은 이들의 뜻이 모이고 정성이 모여서 결국 공간도 갖춰지고, 우리 법인의 새로운 활동이 시작될 수 있는 구심점이 생겼죠. 그래서 법인 건물에 대안교육기관인 꿈이룸학교를 개교하고, 영등포교육복지센터와 영등포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수탁하는 등 지역의 다양한 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법인 살림을 위한 모금위원회에서 (인물 중 왼쪽 세 번째) 김연경 회원(사진 : 사랑의힘)



Q. 앞으로 한 개인으로, 또 한 후원회원으로 어떻게 지내실지 알려주세요.

“요즘 저는 청년공간 모락모락의 봉사자로 지내요. 청년을 위한 ‘집밥클래쓰’ 운영을 돕고 있어요. 이렇게 청년을 위해 모임을 운영하는 건 특별한 경험이더라고요. 이사장으로 일할 땐 서류와 숫자를 검토하며 주요 결정을 도왔고, 현장에서 일할 땐 직접 만나고 봉사자끼리 서로 협력하며 일해요. 둘 다 필요한 일이고, 요즘은 현장이란 새로운 장에서 활력을 느끼고 있답니다.


청년공간 모락모락 개소식의 (인물 중 오른쪽에서 네 번째)  김연경 회원(사진 : 사랑의힘)


청년 문제가 심각한 만큼 모락모락 같은 모임 공간의 필요성을 절절하게 느끼고 있어요. 모락모락이 있는 금천구는 특히 타지에서 온 청년들이 많기에 주민 중 청년 비율이 높아요. 그런데 청년마다 겪는 문제가 다양하니까, 경제적으로 어렵든, 심리적으로 어렵든, 과로 등 신체적으로 어렵든 여러 취약성이 나타나요. 이런 어려움을 나누고 서로 돌볼 수 있는 모임 공간이 필요한데도 정작 살고 있는 금천구 내에 청년을 위한 공간이 부족해서, 결국 각각의 방에 틀어박히거나 다른 지역으로 나간다는 사실 알게 됐어요. 이런 청년들의 현실을 보며 우리가 어떻게 이들과 함께할 수 있을까 고민이 들었고 준비끝에 금천구에 청년을 위한 공간을 열게 됐어요. 


공간과 거점은 단순히 사무실 마련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더욱 다양한 사람들에게 시간과 교류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일이에요. 그래서 2015년 법인 공간을 준비했듯, 지금은 모락모락 공간에 성심을 다하려 해요. ”


Q. 이렇게 지금도 선한 뜻과 소신을 실천하는 회원님의 인터뷰 덕에 많은 독자들도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읽으실 후원회원과 독자 여러분께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앞장서서 일하시는 종사자들에 대한 감사함이 커요. 항상 종사자들이 더욱 존중받고 대접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법인은 항상 사회의 아픈 곳을 찾아 끊임없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래서 현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켜줄 종사자들이 소중합니다.


후원회원님에겐 우리가 정말 어렵고 놀라운 일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대부분의 회원들은 자신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회비(후원금)만 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렇게 선한 마음을 먹고 매달 지켜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러니 회원들은 정말 현장에 필요한 선의를 표현한다는 자긍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응원의 마음으로 지켜보시는 것만으로도 대단하고, 그 어려운 와중에 시간을 내서 자원활동으로 함께해주시는 분들께 더욱 감사한 마음입니다. 사랑의힘 안에서 스스로 선한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잃지 마시길 바랍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중 “장미를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여전히 그 꽃은 향기로울 거예요”라는 대사처럼, 이사장님에서 회원님으로 불러도 그 선한 마음이 여전한 향기로 풍기는 인터뷰였습니다. 


다가오는 봄을 더욱 훈훈하게 만들어주신 김연경 회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정리 : 이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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